IBK투자證 연봉킹 보직 해제에 뒷말 ‘무성’

박정수 기자I 2021.02.25 11:00:20

김승현 전무 캐피탈마켓부문장 보직 해제
임기 수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후임자도 없어
“상여금 체계 놓고 CRO와 견해차 탓”
“미리 당겨 받자”…업계서는 드문 체계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IBK투자증권의 김승현 전무가 올해 초 조직 개편에서 캐피탈마켓사업부문장에서 보직 해제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인력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지만 임기를 수개월 남겨둔 데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보직 해제를 단행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특히 김 전무가 수년간 이뤄낸 파생상품 영업 성과를 통해 한때 연봉킹이었다는 점에서 조직 내 알력싸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캐피탈마켓부문장 보직 해제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김승현 전무의 캐피탈마켓사업부문장직 보직 해제를 단행했다. 김 전무의 애초 임기는 오는 5월 말까지다. 현재는 일선에서 물러나 이른바 고문직인 시너지추진위원회로 발령냈다.

업계 관계자는 “캐피탈마켓사업부문장직 대안이 없는 상황인 데다 아래 직원도 줄줄이 나간 상태라 부문장 보직 해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라며 “특히나 조직 개편을 하겠다고 하고서는 부문장직 겸직과 보직 해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BK투자증권의 사업부문은 자산관리(WM), 캐피탈마켓(CM), 클라이언트솔루션(Client Solution), 투자은행(IB) 등 4개로 나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영업수익 8682억원 가운데 캐피탈마켓에서 발생한 영업수익이 6598억원(76%)으로 가장 많다.

최근 IBK투자증권은 파생상품 운용 및 세일즈를 확대하기 위해 최대 수익원인 캐피탈마켓 부문을 개편, 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세일즈앤트레이딩부문장 후임은 찾지 못한 상태라 현재 자산관리사업부문장인 김승완 전무가 겸직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파생상품 평가손이 났던 영향이 있다”며 “하지만 수년간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 해 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보직을 해제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5월 임기 만료 후 인사발령을 내도 됐는데 무리하게 인사를 단행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무는 지난 2012년 홀세일사업부문 장외파생상품센터장(상무보)으로 IBK투자증권에 입사했고, 2018년에는 IBK투자증권 조직개편과 함께 캐피탈마켓사업부문장(전무)으로 승진했다. 김 전무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장외파생상품 발행 성과로 IBK투자증권 내 고액연봉자로 꼽힌다.

2018년에는 김 전무가 16억8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퇴직금 정산액 10억6800만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으나, 기본급여 1억5300만원과 장외파생상품본부장 겸직 당시 장외파생상품 영업 성과를 인정받아 상여금 4억6500만원을 받았다. 2019년에도 급여 1억7900만원과 상여금 4억2300만원 등으로 6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인력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인사를 단행했다”며 “기존 전략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보직 해제를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5월까지 기다릴 수도 있지만 빠른 쇄신을 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여금 체계 문제

일각에서는 상여금 체계를 놓고 지난해 새로 부임했던 허영범 리스크관리본부장(CRO)과의 견해차로 김 전무가 보직 해제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ELS와 DLS 등 장외파생상품 발행에 있어서 수익을 인식하는 기준을 발행 시점으로 두고 상여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3년 만기, 세전 연 6% 쿠폰을 지급하는 ELS 상품을 100억원어치 발행한다면, 채권과 함께 파생상품 운용을 통해서 금리를 맞추게 된다. 여기서 채권금리를 비롯해 파생상품 운용을 통한 수익률이 7%가 난다면 1%포인트의 수익이 난다. 1%포인트 수익, 3년간 3억원 수준의 수익을 예상하고 성과금 책정을 발행 시점 또는 중도상환 시점, 만기 등으로 정할 수 있다고 한다.

김 전무는 기존 IBK투자증권 상여금 체계로 받겠다고 주장했고, 이를 허 본부장이 반대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3년간 일을 해야 하는 데 미리 월급을 당겨서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물론 그간 IBK투자증권에서 해왔던 체계이기 때문에 관행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CRO는 “과거에는 ELS 금리와 시장의 변동성, 채권금리 운용 수익을 따지면 추가 수익이 2~3%까지 났지만 현재는 1% 내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더구나 발행 시점의 수익은 확정된 게 아니라 시장 상황이 변하거나 헷지를 잘못하면 얼마든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급락으로 ELS 관련 손실을 크게 보면서 증권사들이 회계적 상으로 수익을 인식하되, 관리 회계상으로는 성과금 책정을 이연시켰다”며 “여전히 대부분 증권사가 ELS 발행과 관련된 성과금 책정 시점을 이연하고 있다. IBK투자증권과 같은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작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파생상품 평가손이 난 상태라 김 전무에 대해 구상권 청구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김 전무가 회사 측에 사직 의사까지 전한 것으로 안다”며 “회사 측에서는 구상권 청구를 고려해 우선 고문으로 발령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변동성 확대 시장 환경 하에서 일부 상품 전략 편중 및 운용 규모의 과다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다”며 “파생상품 손실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과급 산정 시 ELS 발행 관련 수익을 만기까지 분할해 수익을 인식하고 있으며, 분할 인식된 수익에 대한 성과급은 현재 및 잠재적 리스크를 고려해 수년간 이연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계약 상대방에 따라 다르다. 투자 목표 고려해 평가 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CRO와의 견해차로 인한 보직 해제는 사실무근”이라며 “통상 운용부문장은 수익, CRO는 리스크관리의 측면에서 의견 상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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