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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9년래 최저..지지선 1.2달러도 무너져(종합)

최정희 기자I 2015.01.05 15:24:32

ECB의 경기부양 기대감..그렉시트 불안감 섞여
기축통화 지위 약화..1달러로 하락 가능성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9년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유로당 1.2달러도 무너졌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추가 경기부양책 발언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이를 용인하는 듯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이 뒤섞여 유로화 약세를 부추겼다. 유로화가 연말까지 1달러 수준으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료: FXSTREET> 유로-달러 추이
5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시장에서 거래된 유로화는 1유로당 1.186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6년 3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과 유럽의 엇갈린 통화정책이 부각되면서 지난해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12% 가량 하락한 데 이어 추가로 급락한 것이다. 지지선인 1.2달러가 무너지자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유로화는 같은 돈 풀기 정책을 이어가는 일본의 엔화에 대해서도 1유로당 146.36엔으로 떨어져 두 달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약세를 촉발시킨 것은 드라기 총재였다. 드라기 총재는 독일 경제 일간지인 데스블라트(Handelsblat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는 통화정책위원회 내에서 이미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ECB 통화정책회의가 이달 22일 예정돼 있는 터라 조만간 대규모 양적완화(QE) 정책이 나올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1조 유로의 ECB 자산을 두 배 가량 늘리는 방안이 나올 것이란 추측이다. 7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물가상승률이 국제유가 급락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도 유로화 약세의 주범으로 해석된다. 그리스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25일 조기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집권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그렉시트, Grexit)이 높아져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기축통화로서의 유로화 지위 약화도 약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도쿄 소재 노무라증권의 수석 외환전략가 유노스케 이케다는 ”유로화 약세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 약한 인플레이션 예측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보유액 통화 비중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IMF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중앙은행들의 유로화 보유금액은 1조3989억5800만달러로 10년래 최저치로 하락했고, 1년 전보다 945억달러가 감소했다. 이케다는 ”헤지펀드들은 올해 유로화를 팔고 달러화를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소재 바클레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석 외환전략가 미툴 코테차는 ”유로화는 1분기 말까지 유로당 1.17달러로 하락하고, 연말엔 1.07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커먼웰스은행의 리차드 그레이드 외환전략가는 ”그리스 정치 불안감이 있지만, 새로운 뉴스는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해 유로화가 더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며 ”1.2달러선에서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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