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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학자 대회] 박형주 위원장 "한국수학 질적성장 계기"

이승현 기자I 2014.08.21 14:46:57

9일간의 서울ICM 폐막..역대 최대규모·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 등 성과 풍부
"젊은 수학자에 실패해도 불이익 없는 연구환경 제공해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한국 수학의 질적인 성장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박형주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서울 ICM) 조직위원장. 서울ICM 조직위 제공.
9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21일 막을 내린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서울 ICM)에 대해 박형주 조직위원장(포스텍 수학과 교수)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서울ICM은 양적인 측면과 질적 측면에서 모두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회에는 122개국에서 모두 5217명(국내 2645명·국외 2572명)의 수학자들 참여해 107년의 ICM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뤄졌다. 행사장을 다녀간 일반 관람객은 모두 2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내용 면에서는 ICM 역사상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메리엄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첫 개발도상국(브라질) 박사 출신의 필즈상 수상자(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연구원)를 배출해 남성과 미국·유럽 중심의 고착화된 세계 수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ICM 조직위가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개도국의 수학자들에게 대회 참가비 및 여행 경비를 직접 지원해주는 ‘나눔(NANUM) 프로그램’은 세계 수학계에서 모범적 사례로 기록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84개국 650여명의 개도국 수학자들은 최신의 수학분야 업적을 접하고 최상위급 수학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세계 11위로 평가되는 수학실력을 최상위군인 10위 안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선 유망한 젊은 수학자들게 더 나은 연구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한국의 젊은 수학자들은 직업을 찾아야 해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쉬운 문제를 찾는다”며 “ICM 개최를 통해 세계적 수학자들을 접하면서 (한국 수학계에도) 위험을 감수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열심히 연구하면 실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연구환경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학문적 인프라”라며 “필즈상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부터 서울 ICM을 준비해온 박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정말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다. 대회기간 내내 행사진행과 주요인사 의전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이탕 장 미 뉴햄프셔대 교수와 같은 세계적 수학자들의 통역을 직접 맡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7년간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수학계에서 할 일이 끝나 보이진 않는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에 선출된 만큼 앞으로는 세계 수학계에서 국제 회의와 관련 사업 등을 맡아 일하게 된다. 또한 본업인 교수직으로 돌아가면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연구활동과 제자교육 등에도 신경 쓸 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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