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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단시간 근로자 실업급여 삭감 추진…노동계 ‘반발’

최정훈 기자I 2023.08.23 13:38:02

고용부, 실업급여 산정 기준인 임금일액 규정 손질
근로시간 3시간 이하도 4시간 간주해 계산 규정 삭제
“소득역전 현상 방지”…초단기 근로자 실업급여 감소
노동계 반발 “실업급여 보장성 악화 시도 중단해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의 실업급여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하루 2시간 일하는 근로자도 4시간 근무로 간주하고 실업급여를 산정해 기존 소득보다 더 많이 받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노동계는 취약계층 근로자를 무시하는 방안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실업급여 개선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 창구가 분주하다.(사진=연합뉴스)
23일 관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방안을 고용보험위원회 운영전문위원회에 지난 22일 상정해 논의했다. 오는 28일 예정된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고용보험위원회는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시행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로,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 정부 등이 참여한다.

이번 방안은 ‘급여기초임금일액 산정규정’을 손보는 것이 골자다. 급여기초임금일액은 근로시간과 시급을 곱한 값으로, 평균임금 60%로 산정되는 실업급여 산정의 기준값이다. 그동안 고용부는 1일 소정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인 근로자에 대해선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간주해 임금일액을 계산했다.

이에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는 실직 전 임금보다 실직 후 실업급여를 더 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예컨대 하루 2시간씩 주 5일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월급은 약 41만원을 받지만, 실업급여는 두 배 이상 많은 92만원에 달한다.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이 아닌 4시간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고,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불합리한 실업급여 역전 현상이 심화하기 시작했다. 주휴수당을 피하려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쪼개기 고용’이 성행했고, 학교 방역 등 정부 지원의 단기 일자리도 늘어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취업자는 157만7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2017년과 비교해 41.6% 올랐는데, 같은 기간 초단시간 취업자는 64.3%나 급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처음 들어온 1998년엔 하루 2시간 이하 근로자는 고용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2000년대 들어 초단시간이라도 계약기간이 3개월 이상이면 가입을 허용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이 생겼다”며 “특히 지난 정부에 가정에서 하루 1~2시간 가량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대거 가입하면서 월 소득보다 실업급여를 2배 이상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방안이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방안이 시행되면 하루 근로시간이 3시간 이하인 노동자의 실업급여는 줄어들 전망이다. 1일 2시간 근로자는 약 46만원, 3시간 근로자는 약 23만원이 삭감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보험의 기본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소득과 실업급여가 두 배가량 차이 나는 불합리한 상황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초단시간 근로자는 최저임금의 80%를 보장하는 실업급여 하한액의 보호는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정부가 고용보험 재정건전성이라는 핑계를 대며 취약계층 근로자를 무시하는 행태로, 이번 조치는 폐기돼야 한다”며 “정부가 실업급여의 보장성을 악화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방안은 근간이 되는 통계나 수치도 정확하지 않고 노동시장 속에서 초단시간 노동자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보호 방안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생활 안정이 근본적인 목적인 만큼, 보장성 악화가 아니라 고용보험의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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