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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접어드는 우크라戰, 향후 전망은?…美대선 최대 변수

방성훈 기자I 2024.02.23 16:45:35

[우크라이나 전쟁 2년] 러시아 우위 속 3년째 들어서
“높은 긴장감 속 강도는 약화” vs “더 치열해질 것”
트럼프 NATO 탈퇴 추진…재집권시 지원 약화 우려
전쟁 장기화로 피로감 누적…협상 통한 종전 가능성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3년째 접어드는 가운데, 향후 전쟁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당장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최근 전황만 놓고 보면 러시아가 우위를 점한 모습이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대반격에 실패한 데 이어 동부 지역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에 내줬기 때문이다. 러시아 역시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지만 이미 전시 체제를 확립한 상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우크라이나의 군사대응 능력, 즉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의 군사지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러시아로부터 밤샘 미사일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슬로비안스크의 한 마을에서 구조대원들이 파괴된 학교 잔해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AFP)


“높은 긴장감 속 강도는 약화” vs “더 치열해질 것”

“러시아 침략자들에 맞서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병력과 탄약이 부족하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1000km 전선에 배치된 군지휘관 및 병사 20여명과 인터뷰를 가진 뒤 이같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 지원이 줄어든 탓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특히 610억달러 규모 군사지원 패키지가 미국 의회에서 보류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전쟁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시작된 대반격은 사실상 실패했고 최근엔 동부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하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내부 상황도 좋지 않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들, 군부 모두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정치권과 군부의 부패 문제가 드러나며 여론이 크게 악화했고 병력 동원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군사지원은 하나둘씩 끊기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마이클 코프만 카네기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포병 발사 속도가 우크라이나 포병의 다섯 배에 달한다”고 추정하며 우크라이나가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러시아는 2022년 9월 부분 동원령 선포 이후 모든 경제 부문을 내수로 전환하고 군산 복합체를 활성화하는 등 전시 경제 체제를 확립했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 예산의 30%를 국방비로 편성하는 등 전쟁 지속 능력을 확충하는 데 집중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AFP)


양국 모두 전쟁 장기화로 피로가 누적된 만큼, 올해 전쟁 양상에 대해 긴장감이 지속되면서도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델리전스 유닛은 “앞으로 1년 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지속적인 손실을 입겠지만, 전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이지만 덜 강렬한 전쟁’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60%로 봤다.

이에 따라 인프라의 40% 이상이 파괴된 우크라이나 재건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무기 및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 인델리전스 유닛은 “최선은 전쟁 강도가 낮아지는 것, 그리고 더 국지적인 분쟁으로 진행돼 지금까지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지역에서의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가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면 올해 더욱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러시아 역시 국제사회 제재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힘에 부칠 수밖에 없어서다. 러시아는 최근 아우디이우카 점령을 계기로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충원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재집권시 지원 약화…협상 통한 종전 가능성도

문제는 전쟁 강도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세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 즉 국제사회를 통해 얼마나 많은 무기를 확보할 수 있는지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군사지원 규모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전쟁 노력이 지속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고 CNBC는 짚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미국 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경우다.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나토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7월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3.49%, 8600억달러를 방위비로 분담하고 있다. 이는 나토 나머지 회원국들의 방위비를 모두 합친 것의 두 배가 넘는다. 즉 미국의 나토 탈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지원 약화를 의미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유럽 역시 러시아의 침공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협상을 통한 종전 가능성도 점처진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를 호소하고 있어서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지난해 1월 29%에서 같은 해 11월 42%로 급증했다. 이코노미스트 인델리전스 유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미국의 군사지원이 급감, 우크라이나가 휴전하게 될 가능성이 30%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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