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 탈출한 소, 11일 만에 발견…“주인, 안 팔고 키우겠다”

이재은 기자I 2023.06.29 15:03:53

경매 2시간 전 고삐 찬 상태로 탈출
소방·군·축협 인력 투입돼 3회 수색
축사 방향 연못서 풀 뜯는 채로 발견
축협 관계자 “집 그리워서 간 것 같다”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경남 합천군에서 경매 2시간여 전 탈출한 소 한 마리가 사건 발생 11일 만에 발견돼 다시 농가로 돌아갔다. 이 소를 키우던 농가는 소를 경매에 올리지 않고 키우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합천축협 관계자들과 소방 대원 등이 탈출한 소를 연못 밖으로 이끄는 모습. (사진=합천축협 제공)
29일 합천축협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7시 15분께 경남 합천군 축협스마트한우경매시장 주차장에서 경매에 참여하는 소 4마리를 태운 1t 트럭이 도착했다.

이후 운송 기사가 소 입에 연결된 고삐 해제 작업을 진행하던 중 생후 50개월 된 소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축협 관계자가 주차장 입구 쪽에서 소를 붙잡으려 했지만 돌진해오는 탓에 막을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 11일 김태옥 합천축협 한우지원팀장이 탈출하는 소를 막아서고 있다. (사진=합천축협 제공)
김태옥 합천축협 한우지원팀장은 29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 앞을 가로막았다. 보통 소는 앞에 사람이 막고 서 있으면 걸음을 멈추는 데 이 소는 놀라서 그랬는지 제게 돌진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소는 입에 길이 7m가량의 고삐를 한 상태였으며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매에 오르기 전 무게 측정, 건강 등을 확인할 예정이었다.

축협 관계자는 소방 당국에 신고를 접수한 뒤 함께 소 수색에 나섰다. 경찰과 인근 군부대도 투입돼 3차례에 걸쳐 야산을 살펴봤지만 소 발자국, 대변 등 흔적만 확인할 수 있었다.

소방대원들과 합천축협 직원들이 소를 연못 밖으로 이끌기 위해 철제 난간을 해체하는 모습. (사진=합천축협 제공)
소는 탈출 11일 만인 지난 26일 오전 9시 50분께 합천군청 산림과 도로정비원들이 주변 풀을 정리하던 중 발견됐다.

이 소는 경매장에서 3㎞ 떨어진 축사 방향 한 도롯가 옆 연못에서 풀을 뜯어 먹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합천축협 한우지원팀 직원들과 합천소방서 119대원들은 현장에 출동해 소를 구조했고 안전하게 축사로 돌려보냈다.

탈출했던 소가 농가로 옮겨져 축사에 있는 모습. (영상=합천축협 제공)
소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김 팀장은 “11일간 소가 밖에 있으며 많이 야위었는데 축사 방향으로 탈출한 것을 보면 집이 그리워 간 것 같다. ‘주인과 살고 싶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해당 농가에서 소를 판매하지 않고 키우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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