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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연세대 폭발은 텀블러형 사제폭탄"…英 맨체스터 자폭테러에 사용

김보영 기자I 2017.06.13 11:56:17

커피 텀블러에 나사못·폭발촉매 채워둔 사제폭탄 발견
맨체스터 테러·IS가 사용한 못 폭탄 구조 흡사

13일 오전 8시 34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479호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사용된 커피 텀블러로 제작한 사제폭탄.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이데일리 김보영 김정현 기자] 연세대 공학관 건물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커피 텀블러로 만든 사제 폭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부상을 입은 연세대 공학대학 소속 김모 교수는 현재 경미한 화상을 입고 인근의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받는 중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3일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 1공학관 479호 연구실 내 ‘택배물이 폭발해 교수가 다쳤다’는 112 신고를 접수해 수사를 벌인 결과 폭발한 상자 안에 들어 있던 폭발물이 텀블러 내부에 화약을 넣어 만든 사제폭발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경찰 등이 김 교수 연구실 폭발 사고 현장에 남겨진 잔해들을 수거해 1차 분석을 마친 결과, 폭발한 상자 안에 들어있던 폭발물은 커피 텀블러 속에 폭발 촉매와 나사못 등을 채워놓은 사제폭탄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구조의 사제폭탄은 지난달 말 영국 맨체스터에서 발생한 자폭 테러에서도 사용됐으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자주 활용하는 ‘못폭탄’의 구조와도 흡사하다.

현재 특공대와 군, 폭발물분석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등 70여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돼 구체적인 사고 경위와 폭발물의 재질, 구조 등을 파악 중이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34분 479호 연구실에 있던 김 교수는 이 사고로 목에 1도, 양 손에 2도 화상을 입은 채 인근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신원 불상의 누군가가 김 교수 연구실 문 앞에 상자가 든 종이 쇼핑백을 문고리에 걸어두고 갔다”며 “김 교수가 종이봉투속 상자를 꺼내 내용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해당 상자는 한 쪽 측면이 까맣게 타고 구멍이 뚫린 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제 폭발물의 형식을 갖추긴 했으나 텀블러 내부의 화약만 연소됐다”며 “텀블러 안에 있던 작은 나사들은 비산(飛散)되지 않은 상태로 폭발 정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개인이 제작한 조악한 폭발물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사고를 입은 제1공학관 건물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이며, 학교 측은 건물 안에 있던 관계자 및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이날 오전 공학관 건물로 예정돼 있던 시험 응시 일정도 모두 연기된 상태다.

경찰은 사제 폭탄을 정밀 분석하고 폐쇄회로(CC)TV 및 피해 교수의 주변인 수사 등을 통해 범인을 추적할 방침이다.

13일 오전 8시 34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 제1공학관 건물 내 상자 폭발 사고로 공학관 건물 출입이 통제되자, 건물 안에 있던 관계자 및 학생들이 건물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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