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건설·조선사 회계 대수술]①미청구공사·예정원가 투명 공개

김도년 기자I 2015.10.28 14:00:00

계약 변경시, 확실히 받을 돈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수익 인식…관행 '핑계' 안통한다
공사원가에 판관비 등 공사 무관한 비용 반영 못하게 지침 마련…'진행률 조작' 방지
'대규모 손실 원흉' 미청구공사, 받기 힘든 돈은 충당금 공시…분기별 재평가 지도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건설·조선사 등 수주기업의 ‘고무줄 회계’를 바로 잡기 위한 대수술에 나섰다. 한 분기에 수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회계처리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고 수주기업의 실적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2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내 금융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건물이나 선박 등 제조 공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주기업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 10대 팔면 1000만원 매출(제품가격×제품수량=매출액)’로 인식하는 제조업체와 달리 공사가 진척된 정도, 즉 공사진행률에 따라 매출액을 인식한다. 100억원자리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가 30% 정도로 공사를 진행했다면 30억원의 매출액을 인식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렇게 공사진행률로 매출액을 인식하다 보니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대한 주관적인 시각이 개입한다. 가령 공사진행률은 실제 투입원가를 총 예정원가 등으로 나눈 값인데 해양플랜트 공사처럼 공사 경험이 부족한 사업은 앞으로 얼마나 원가가 들어갈 지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다 공사 기간 중 유가나 환율, 인건비 등 원가가 갑작스럽게 늘어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조원대 손실을 인식하는 ‘회계절벽’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런 회계절벽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회사가 예상원가를 합리적으로 추정했는지 시장이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하도록 하고 감사를 통해 검증받기로 했다. 또 공사원가의 변화를 좀 더 정확히 재무제표에 반영하기 위해 분기마다 총예정원가를 다시 평가한 뒤 내부 감사기구에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수주기업은 제품 공정 시간이 긴 특성상 발주처와 수주기업이 자주 공사계약 내용을 바꾸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때에도 발주처로부터 받을 돈이란 것을 구속력 있는 계약이나 문건 등으로 확실히 증명할 수 있을 때만 수익으로 인식하기로 했다. 구두 계약이나 거래 관행을 핑계로 수익을 인식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공사진행률을 높이기 위해 공사와 무관한 비용을 공사원가로 포함하는 일이 없도록 세부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가령 판매관리비로 처리해야 할 기술부서 경비나 설계를 잘못해서 발생하는 원가 등을 공사원가에 몽땅 집어넣게 되면 분자인 실제 투입원가가 늘어나 공사진행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매출액이 부풀려지는 분식회계가 일어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수주기업 대규모 손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은 미청구공사도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했다. 미청구공사란 수주기업이 매출액으로 인식은 했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아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자산을 의미한다. 이 자산은 유가나 환율 등의 변동으로 갑작스럽게 예상 투입원가가 늘어나면 손실로 돌변할 수 있는 계정이다. 금융위는 미청구공사 금액을 얼마나 발주처로부터 받을 수 있을지 회수 가능성을 분기별로 재평가하도록 하고 회수할 수 없는 금액은 미청구공사대손충당금 항목으로 별도로 재무제표 주석에 공시하도록 했다. 현재 수주기업들인 미청구공사 금액 중 회수가능성이 낮은 금액을 뺀 만큼만 공시해 왔지만 회수 가능성이 낮은 금액이 얼마인지까지 공시하도록 해 투자자들이 손실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사진행률과 미청구공사잔액, 공사손실충당금 등도 사업장별로 볼 수 있도록 해 회계정보의 이용자 편의성을 강화했다. 이 밖에도 회계 부정가 발생하면 기업 내 감사위원회가 중징계까지 받을 수 있도록 책임을 강화하고 내부 고발 포상금을 현행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려 감독을 강화하도록 했다.

▶ 관련기사 ◀
☞ [건설·조선사 회계 대수술]②분식회계 처벌강화…내부감사 책임 커진다
☞ [건설·조선사 회계 대수술]③실적 예측가능성 높였다
☞ [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조선·건설사, 투명한 회계정보 공개 노력해야
☞ [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대우조선 2조 손실의 오해와 진실
☞ [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골대 밖으로 슛 날린 대우건설 사건
☞ [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대우건설로 본 건설사 '회계 꼼수'
☞ [분식회계 읽어주는 남자]대우건설의 잔인한 여름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