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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어떡하니 정말”… 20대 청춘 영정사진 앞 ‘정규직 사령장’

송혜수 기자I 2022.11.02 14:27:23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20대 청춘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날, 그의 영정사진 앞에는 생전 그토록 바라던 정규직 사령장이 놓였다. 은행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던 A씨는 핼러윈을 맞아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와 서울 이태원을 찾았다가 인파에 휩쓸려 친구와 함께 변을 당했다.

지난 1일 낮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빈소에 정규직 발령 임명장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광주 광산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이태원 사고로 숨진 A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A씨는 지난 2월 입사 시험에 합격해 서울로 혼자 상경한 후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공부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오는 4일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엄수된 발인식에서 숨죽여 눈물을 흘리던 어머니는 끝내 무너졌다. 비틀거리며 분향소 앞에 선 어머니는 꽃봉오리를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주저하다 떨리는 손을 촛불 위에 떨어뜨렸다.

어머니는 “딸아 딸아, 어떡하니 정말”이라고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고인의 동생은 눈물을 삼키며 “내 언니가 돼 줘서 정말 고마워”라며 힘겹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아버지도 “꼭 좋은 곳으로 가서 행복해지거라”라고 말했다.

마지막 자리를 지키던 10여명의 A씨 친구들도 두 손을 쥐고 눈물을 흘렸다. 장례를 마치자 영정사진을 앞세운 고인의 운구행렬이 장지로 떠났다.

A씨 영정사진 앞에 놓인 사령장은 전날 빈소를 방문했던 A씨 근무 은행 조합장이 유족에게 전달했다. 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통과했으면 사실상 합격과 다름없을뿐더러 평소 성실했던 직원이라는 평판이 있었기에 정규직 추서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1일 낮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20대 은행원의 빈소에 정규직 발령 임명장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A씨 대신 사령장을 받은 유족은 은행 측에 감사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단짝 친구 B씨의 발인도 같은 장례식장에서 이날 1시간여 시차를 두고 진행됐다. 전남 장성과 목포에서도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광주·전남에서는 출향인 포함 총 10명의 희생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10명 중 타지역에서 장례를 치를 것으로 보이는 2명을 제외하고 8명의 발인식은 2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광주에서 고인 4명의 발인식이 진행되면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일 오전 11시 기준 이태원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총 328명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망은 156명(외국인 26명)이고, 부상은 172명(중상 33명, 경상 139명)이다.

현재까지 68명의 장례 절차가 완료됐으며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장례 이후에도 유가족과 1대 1 매칭을 일정 기간 유지해 필요사항을 지원할 방침이다. 중상자는 1인당 전담 직원을 2명으로, 경상자는 의료기관 1곳당 전담 직원을 2명으로 늘려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인 사상자도 내국인에 준해 지원하고 불법체류자 2명에 대해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본국 송환 비용을 포함한 장례비, 치료비, 구호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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