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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투·영끌로 국내·해외주식 투자 '사상 최대'로 늘렸다

최정희 기자I 2021.07.08 12:00:00

한은, 1분기 자금순환 발표
국내 주식 36.5조·해외 주식 12.5조 역대 최대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 첫 20% 돌파
저금리에 무슨 예금이냐..기업도 주식·펀드로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가계가 빚투(빚을 내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로 국내외 주식을 사들이는 데 올인했다. 올 1분기(1~3월) 가계의 국내 주식·해외 주식 투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도 저금리 시대에 무슨 예금이냐며 주식, 펀드로 자금을 옮겼다.

(출처: 한국은행)
◇ 가계, 예금서 돈 빼고 빚 내 주식·주택 투자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올 1~3월까지 대출 등으로 52조1000억원 가량을 조달했고 예금·주식·펀드 등으로 96조1000억원의 자금을 운용, 순자금운용 규모가 44조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코로나19로 대출 등 자금 조달 규모가 15조2000억원에 불과했고 소비도 하지 않으면서 예금에 쌓아두며 65조9000억원의 자금이 남아돌았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순자금운용이 플러스라는 것은 대출 등을 통한 자금조달보다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거나 현금으로 쌓아두는 규모가 더 증가했다는 것인데 가계는 대출보다 월급 등의 소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순자금운용이 플러스 상태다.

가계는 거리두기 완화 등 경제활동 확대로 소비(1분기 가계최종소비지출 2.8% 증가)를 늘리기도 했지만 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주택을 사들였다. 만기 1년 이상 대출이 38조원 증가해 전년동기(10조5000억원) 대비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증권사 신용융자 등 단기 대출금도 8조4000억원 증가했다. 대출받은 돈은 주식 투자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주식 투자액이 36조5000억원 증가했고, 해외 주식 투자액은 12조5000억원 늘어났다. 모두 한은이 2009년 통계를 편제한 이후 최대 규모다. 작년 3분기에 기록했던 역대 최대치(23조5000억원, 8조3000억원)를 깼다. 3월말 가계금융 자산(4646조2000억원) 중 주식 비중이 20.3%(약 943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다. 펀드까지 포함하면 22.7%로 올라간다.

자금순환표는 금융자산 흐름만 볼 수 있지만 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 투자로 이어졌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 등을 통해 개인이 순취득한 전국 주택 매매 건수는 7000만호로 집계됐다. 1년 전 가계가 기업, 정부 등한테 1만1000호를 순매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가계는 저금리가 지속되자 예금에선 돈을 뺐다.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은 1분기 28조9000억원 증가, 작년 1분기(41조3000억원 증가)보다 대폭 축소됐다. 특히 만기 1년 이상의 장기저축성예금에선 10조7000억원 넘게 자금을 빼, 작년 2분기 이후 1년째 돈이 빠지고 있다.

기업도 예금서 돈 빼서 금전신탁·펀드에

기업은 채권 발행이나 대출 등을 통해 57조7000억원을 조달했고 35조2000억원 가량을 예금, 주식 등에 넣어 순자금운용 규모가 마이너스(-) 2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 통상 대출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가계와 반대로 금융기관에 예치한 돈보다 대출받은 돈이 더 많아 순자금운용이 마이너스를 보인다. 수출 호조에 상장기업 순이익이 26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17조4000억원)보다 증가하면서 기업의 대출 등 자금조달은 3조1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기업도 저금리를 피해가진 못했다. 예금취급기관에서 예금을 1조2000억원 빼서 예금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전신탁에 28조1000억원 가량을 집어넣었다. 투자펀드에도 12조2000억원 불입했다. 국내주식와 해외주식에도 각각 약 5000억원, 약 6000억원 투자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 정부는 국세 수입이 88조5000억원이나 유입, 전년동기(69조5000억원)보다 19조원 증가했으나 순자금운용이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세수 증가에 자금운용 규모가 66조원에 달했으나 예산 확대에 국채 발행을 53조9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자금조달이 70조3000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면서 정부의 주식, 펀드 투자는 10조9000억원 감소, 3분기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기업, 일반정부 등을 합친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은 2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외 부문은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19조4000억원이나 늘어났음에도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 급증에 순자금운용이 -2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3월말 현재 모든 경제주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2경147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주식, 펀드 등의 비중은 22.9%로 작년 3분기부터 현금·예금 비중(20.0%)을 앞지르고 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21배로 전분기말(2.21배)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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