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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보안요원 "하루 14시간 일할때도 이렇게 억울하진 않았다"

박지혜 기자I 2020.06.24 11:18:01

인천공항 직고용 논란에 청와대 청원 '맞불'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인 보안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보안요원은 “오해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에 재직 중인 보안검색요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공항 보안검색 청원경찰 잘못된 기사화 그리고 오해를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저희는 현재 많은 오해와 정확하지도 않은 잘못된 사실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며 “저희를 ‘알바몬’ ‘로또취업’이라며 오해하는 부분. 저희는 지금껏 알바(아르바이트)가 아닌 정당하게 회사에 지원해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고 항공보안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열심히 일해왔다”고 했다.

그는 “제2여객터미널이 생기기 전 하루 14시간을 근무하며 10만 명이 넘는 승객을 상대하고 검색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공항에 승객이 급격히 줄었지만 그전을 기억하는가? 저희는 하루 14시간을 근무할 때도 이렇게까지 억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저희가 직접 선택한 직업이기에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보안검색요원은 교대근무라 불규칙한 생활에 새벽부터 해 뜨기 전 출근해 해가 지면 퇴근을 한다”며 “저희는 새벽부터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새벽 비행기를 타는 그 많은 승객을 검색한다. 승객들이 보안검색을 통과하고 어느 정도 없어지면 그때야 저희도 화장실도 가고 물도 마신다. 그렇게 기계인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일을 한다. 그래도 억울하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직업이니까”라고 했다.

그는 또 “승객 열 사람 중 여섯 사람 이상은 기내반입 금지물품이 걸린다. 항공법으로 정해진 기내반입 제한물품, 금지물품을 저희에게 역으로 언성을 높이며 묻는다. 저희는 항공보안법을 이행하는 그저 보안검색요원이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도 적었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직원들이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위해 브리핑룸으로 이동하는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원인은 “저희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저희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 기계처럼 일을 하는데 그마저도 부정하신다면 보안검색은 어째서 존재하는가?”라며 “어째서 안전보다 서비스가 항상 우선이 되야 하고 저희에게 거침없는 폭언과 욕설 입에 담기도 싫은 성희롱 그리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 폭력적인 행동을 저희는 매번 참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알바가 아니다. 정당하게 보안검색 업무를 하는 직원”이라며 “어째서 저희가 하는 일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고 그저 겉모습만 보고 ‘편하다’, ‘운이 좋았다’고 평가하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저희를 정규직 밥그릇 뺏는 사람으로 보는데 저희는 사무직이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그에 책임을 지고 사명감으로 일한다. 공사, 정말로 꿈의 직장이다. 모든 정규·비정규 취준생(취업준비생)들 그만큼 열심히 노력한 거 인정한다”며 “저희의 전원 정규직 채용, 확실한가? 왜 기사만 보고 오해하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가? 저희도 아직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어째서 저희 입장이 돼보지도 않은 상태로 그렇게 부정적으로 확신하는가? 정말 확실하게 정직원보다 많은 인원이 전원 정규직 채용으로 확정되었나?”라고 하소연했다.

청원인은 “‘공부 하지 말고 인천공항 알바나 하다가 정규직 되야겠다’, ‘이건 평등하지 못하고 역차별이다’, ‘공부한 게 너무 억울하다’, ‘이러려고 공부했나’ 이렇게 불평불만이 쏟아지는데 저희 입장에선 이해를 하면서도 참 그렇다”며 “스펙도 대학 등록금도 말이 많다. 어째서 스펙이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저희의 보안검색 경력은 그저 하찮게 보는가”라고 항의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보안검색(요원의) 무더기 퇴사로 비행기 탑승을 못했다’ 이런 뉴스 많이 보셨죠? 그만큼 너무 힘들기에 무더기로 퇴사한다”며 “겉만 보고 저희를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전 11시 현재 2889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반면,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인천공항공사의 결정이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는 청원은 만 하루 만에 13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전날 오전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공항공사에 들어가려고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업준비생은 물론, 현직자들은 무슨 죄냐”며 정규직 전환 방침을 비판했다.

그는 “노력하는 이들의 자리를 뺏는 건 평등이 아닌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라며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에 “22살에 아르바이트로 들어와서 190만 원 벌다가 이번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만 원. 소리 질러”라는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의 익명 채팅방에 올라온 내용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그러자 보안요원들이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현실은 박봉에 시달릴 뿐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달에 250만 원 정도 받는 17년 차 보안요원의 급여명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또 전체 보안요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또다시 경쟁 절차를 거쳐야 해, 오히려 정규진 전환 과정에서 탈락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진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공공기관 채용 시에도 국가공무원과 같은 공개채용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의 ‘로또 취업 방지법’을 발의하겠다면서, “문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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