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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6.5% 올려달라” 노조 요구에 SK하이닉스 “경영 어려워 불가”

김응열 기자I 2023.06.19 15:33:53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 1차 교섭…입장차 확인
“불확실성 커 2% 先인상 외 추가 어렵다” 노조안 거부
분기 적자 SK하이닉스, 노조에 제시안 전면 수정 요청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임금 6.5% 인상과 성과급 확대 및 지급기준 완화 등 노조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불경기로 인해 반도체 업황이 침체된 데다 지난해 4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 14일 1차 임금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는 경영 상황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노조 제시안을 수정해달라며 노조의 모든 요구안에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가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6.5%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직원 만족도 제고 차원에서 적용한 2% 선인상을 포함한 수치다. 노조는 현업에서 고생하는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4.5%를 더 올려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인상률 5.5%+월 기준급 10만원 정액 인상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 노조는 상·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 기준을 기존 생산량 달성 및 영업손익 흑자에서 생산량 달성으로 축소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이외에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존 영업이익 10%에서 15%로 확대하고 정년퇴직자에도 PS 지급, 연봉상한제 폐지, 임금피크제 폐지 등의 내용도 요구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2% 선인상 외에 추가 임금인상 및 다른 제시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글로벌 불황에 따른 ‘메모리 쇼크’를 맞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분기적자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1조9027억원이었고 올해 1분기에는 3조4023억원으로 손실규모가 더 커졌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에도 3조1862억원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황 반등이 기대되는 하반기에도 3분기 2조4060억원, 4분기 1조3481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연속 분기적자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노조가 제시하는 요구안을 받아들일 경우 SK하이닉스로선 재무 부담이 커지고 실적 정상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지출한 종업원급여액은 7조8544억원으로 전년 5조3118억원과 비교해 47% 늘었다.

노조로선 삼성전자(005930)가 노사협의회에서 합의한 평균 임금인상률 4.1% 수준으로 낮춰서 수정안을 제시해볼 수도 있으나 SK하이닉스의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런 탓에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 7월 중 마무리되던 SK하이닉스의 임금협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차 교섭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노조가 제시안을 어떻게 수정하느냐에 따라 협상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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