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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략비축유 카드 아껴뒀어야…장기 공급안정 의문"

고준혁 기자I 2022.04.01 14:34:20

①"방출 가능성만 언급했어도 유가 안정"
②"시장은 되레 비축유 재고 바닥에 우려"
③"이미 공급 병목 최대…완화 시간 걸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전략비축유(SPR)를 추가 방출하기로 결정하자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은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좀더 아껴놨어야 할 카드라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6개월간 일일 100만배럴의 비축유를 추가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국가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각국 석유장관 정례회의 직후 사실상 추가 증산 없이 기존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직후다.

대규모 SPR 방출은 유가 하락에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아쉬움이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시간을 두고 유가 추이를 보면서 SPR을 조금씩 풀었어도 될 텐데, 너무 한꺼번에 풀었다는 것이다. WSJ는 “대통령이 SPR 방출 가능성만 언급했더라도 시장은 안정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결정으로 SPR 재고가 바닥을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RBC 캐피털마켓은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SPR 방출량을 제하고 나면 남은 재고는 약 3억배럴 정도라고 추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최소 3억1500만배럴의 SPR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이날 5% 하락한 배럴당 105.96달러까지 내렸다가 바이든 대통령 발표 이후 108.12달러로 반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의 과제가 해결된다 해도 미래를 생각하는 시장 특성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다소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SPR을 방출한다 해도 공급 병목현상 탓에 실제 원유 수요자가 받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SPR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를 잇는 미국 걸프 연안을 통해 방출되는데, 현재도 수요가 많아 대기하고 있는 선박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SPR 방출 규모를 확대해도 원유가 실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단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WSJ는 “바이든 대통령은 무턱대고 SPR을 방출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존스 법(Jones Act)을 일시 중단하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스 법은 미국 항구에서 선적된 물품이 미국 국적 선원과 미국에 신고된 선박을 통해서만 유통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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