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증시 폭락에 비트코인으로 향하는 中투자자들

이소현 기자I 2024.01.25 13:17:55

中 2021년부터 가상자산 금지령에도
중국 본토 내 자산, 가상자산으로 이동
中투자자 "비트코인, 금처럼 안전 피난처"
부동산 침체 등 경기 둔화 장기화 영향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중국 투자자들이 무너져가는 중국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것보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더 안전하다고 신뢰하면서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2021년부터 가상자산 거래와 채굴 ‘금지령’을 내렸지만, 중국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 장기화에 가상자산으로 활로를 모색하며, 여전히 암암리에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간) 홍콩의 한 사무실 카운터에 한 여성이 서 있다.(사진=로이터)
중국의 한 금융회사 임원인 딜런 런은 로이터에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작년 초부터 자산을 가상자산으로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규모 지방은행에서 발급한 중고 은행카드를 이용해 암시장 딜러를 통해 가상자산을 구매했고, 현재 약 100만 위안(약 1억9000만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 런은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안전한 피난처”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 성장기회가 부족한 금융기관 등 기관도 홍콩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한 가상자산 거래소 고위임원은 “중국 경기침체로 인해 본토 투자가 위험하고 불확실하고 실망스럽기 때문에 해외에 자산을 배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이 이러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거의 매일 본토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거래소 임원은 “주식 시장 침체와 기업공개 수요 약화, 다른 사업 위축에 직면한 중국 증권사라면 주주와 이사회에 알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국의 규제에도 중국 본토에서 가상자산에 접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바이낸스 같은 거래소는 여전히 중국 투자자들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해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인 체인널리시스는 중국의 가상자산 관련 활동이 반등했다며, 개인 간 거래(P2P)량 기준 세계 순위가 2022년 144위에서 작년 13위로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중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금지조치에도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864억달러(약 115조원) 거래량을 기록해 홍콩의 640억달러(약 85조원)을 앞질렀다고 설명했다.

체인널리시스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가상자산 거래 대부분이 장외거래나 비공식적인 P2P 비즈니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중국 증시는 새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가 강한 매도세로 인해 최근 5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또 중국은 작년 외국에서 들여온 자본보다 본국에서 빠져나간 자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최근 발표한 은행 고객들의 해외 거래 연간 데이터를 보면 2023년 한해 중국 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기업과 개인들이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자금은 6조1955억 달러(약 8270조원), 이들이 외국으로 보낸 자금 6조2642억 달러(약 8362조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자본 순유출 상태로 전환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이러한 중국의 자본 유출은 전반적으로는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등 각종 악재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와 관련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