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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소탐대실했나..부동표 잡기 부담커져

김수헌 기자I 2003.12.26 18:48:15

소액주주, 주가하락하자 `SK 규탄`

[edaily 김수헌기자] SK가 과연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승기를 잡았나. 오는 30일 주총명부폐쇄를 앞두고 마지막 거래일인 26일, SK(003600)(주)가 자사주 매각을 마무리 지었다. 총 1320여만주 가운데 90여만주를 제외한 물량을 모두 우호세력에게 넘겨 일단 자사주의 의결 지분화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소버린자산운용은 SK의 자사주 처분 가능성 매각에 대응해 이날 추가행동을 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뒤로 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SK의 자사주 매각은 일찌기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버린은 지난 11월 기자회견에서 "자사주는 모든 주주의 것"이라는 주장과 "의결권 침해 금지 가처분 소송" 외에 별다른 행동없이 대응을 마무리지었다. 일부에서는 이에따라 SK가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SK 우호지분은 모두 35%나 되는데 비해 소버린은 2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소버린 우호세력으로는 헤르메스와 템플턴을 언급하기도 한다. 양측간 지분율 차이가 15%나 났기 때문에 SK의 경영권 방어가 충분히 가능해 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번 지분경쟁에서 SK가 `소탐대실`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부동표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았는냐는 지적이다. SK와 소버린의 싸움은 과연 35%대 20%의 싸움일까. 소버린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SK(주) 지분을 추가로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5% 의결권 제한 전략추진도 해외펀드간 거래로 얼마든지 성사가능 했을텐데도 이를 추진하지 않았다. 14.99%를 넘어설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상 SK(주)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 21% 가운데 19% 정도가 의결권 제한을 받지만, 소버린으로서는 손해갈 일도 아니다. 소버린과 SK의 싸움을 현 구도에서 35%대 20%으로 본다해도 부동표가 45%나 된다. 이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28%을 웃돈다. 소버린은 자신을 포함한 상위 5개 해외펀드가 32%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최근 밝힌 적이 있다. 소액주주들은 일부 법인을 포함해 12%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표의 영향력은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이번 싸움에서 충분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잇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가가 10%나 빠진 26일 SK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민심은 `규탄` 일변도다. 벌써부터 소액주주들의 표를 결집해 소버린에 위임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주총장에서 응징하겠다는 과격한 표현도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들끓는 분위기다. 자사주 3% 가량이 SK의 협력업체와 거래선 등에 넘어가면서 향후 주가에 부담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은행 인수분 7% 가량도 향후 주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예측키 어렵다. 해외주주들은 개인주주들이 아니다. 많든 적든 지분을 보유한 펀드들이다. 이들이 이번 지분경쟁을 바라보는 관점이 SK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들이 많다. SK측 지분 35%에는 우리사주 물량 4% 이상이 온전히 존재하고 국내 기관들이 모두 SK쪽에 줄은 선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또 SK 일부 협력사들이 지난 10월~11월 사이 동원됐을 가능성까지 대충 고려한 수치다. 이에 비해 무려 45%나 되는 부동표 민심은 지금으로서는 SK보다는 소버린편에 더 기울어져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따라서 이 싸움은 35%대20%로 규정될 수 없다. 조심스럽게 주총 승리를 낙관한다는 소버린측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미 상당한 해외우호세력을 확보했을 가능성도있다 따라서 SK로서는 부동표를 되찾아와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내년 1월 이후 주총전까지 부동표를 잡기 위한 SK와 소버린의 불꽃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 부동표를 잡기위한 보따리를 준비할 것이다. 소버린도 예상보다 일찍 주총 위임장 확보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35% 대 20% 싸움을 부동표에 따라 얼마든 역전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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