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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훼방에도…中기업, 美증시 상장 오히려 늘었다

신정은 기자I 2020.10.13 11:03:34

트럼프 행정부 4년간 102개 中기업 美상장
오바바 재임 8년 IPO 기업수(105개)와 맞먹어
알리바바 제외 평균 조달 금액도 더 많아
트럼프 압박에도 美시장 매력↑…대선 향배 주목

트럼프 정부 때 미국 증시 상장 중국 기업 증가왜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을 압박하며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 숫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중국 기업들은 미국 증시에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약 4년 동안 뉴욕 증시와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수는 102곳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중국 기업은 미국 증시에서 255억달러(약 29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중국에 더 유화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8년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했던 중국 기업 숫자(105개)와 거의 맞먹는다. 이들 기업은 당시 4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2014년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혔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서 250억달러를 조달한 것을 제외하면 평균 조달 금액은 1억5400만달러로, 트럼프 집권 4년 간 평균인 2억5000만달러가 오히려 더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증시에 상장됐으나 미국 회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경고해왔다. 지난 5월 미국 상원은 중국 기업이 미국의 회계감사 등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미국 기업 책임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나스닥에 화려하게 데뷔한 중국 루이싱(러킨)커피의 매출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초 나스닥에 상장한 루이싱커피는 작년 2~4분기 매출액을 약 22억위안(한화 약 3744억원) 부풀리는 등 회계부정을 인정해 지난 6월 결국 상장이 폐지됐다.

그럼에도 10월 초 현재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수는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약 220곳에 육박한다고 미 의회 산하 자문기구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는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도 2배 가까이 늘어난 2조2000억달러(약 2525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지수는 16%,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 상승했다.

중국 기술(IT) 기업이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면서도 미국을 택하는 것은 더 많은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자본 시장이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풍부할 뿐 아니라 거래량도 더 많다.

법무법인 메이어 브라운의 제이슨 엘더 파트너는 “시장 실적, 즉 가치평가가 현재 상장되고 있는 업종에 긍정적”이라며 “이에 따라 이들(중국) 기업들은 거래 규모가 크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음달 열리는 미국 대선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중국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이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제를 중국과 떼어놓기 위한 디커플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환율 조작을 했다고 비난하고, 안보를 이유로 중국기업들을 제재하며 코로나19의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압박하고 있다. 미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8월 회계감사 자료를 규제당국에 공개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투자은행인 차이나르네상스의 브루스 팡 거시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하면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승리할 경우 중국 당국은 미국 규제 당국과 더 협력할 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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