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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나는 일터 '형원',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다

채상우 기자I 2014.12.30 13:54:13

홍성규 형원 대표 인터뷰
5살 때 다리 치료 도중 장애 얻어
매년 40% 매출 신장..내년 13억 매출 목표
"정부 장애인 고용 사업장 전용 품목 지정해야"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30일 방문한 세제 제조기업 형원에는 비누 향기가 났다. 작업장마다 적혀있는 ‘향기가 나는 일터’라는 문구가 어울렸다. 형원이 특별한 것은 향기 때문만이 아니다. 전체 직원 51명 가운데 42명이 중증장애인이라는 점이 형원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을 품은 홍성규(56.사진) 형원 대표는 “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기업, 그리고 그들의 땀방울의 향기가 베어 있는 기업”이라고 형원을 소개했다. 홍 대표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다. 5살이 되던 무렵 다리에 난 종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다리에 장애를 가졌다. 누군가에게 인생에 상처가 될 수 있는 장애지만 그에게는 꿈을 품는 동기가 됐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교과서에서 페스탈로치의 이야기를 봤어요.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분의 이야기를 보고 나도 장애인이지만 이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품었던 꿈이 고아원 원장이에요. 지금 고아원 원장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일을 하면서 제 꿈을 펼치고 있어요.”

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는 에덴하우스 정덕화 이사를 만나게 됐고, 그로부터 장애인 사업장에 대한 비전을 보게 된다. 에덴하우스에서 2011년까지 근무한 그는 이듬해 본격적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파주시 신촌동에 지금의 형원을 설립했다.

“장애인에게 적합한 아이템이 뭘까 고민한 끝에 세제 제조를 하게 됐어요. 아직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이익을 내며 장애인 사업장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입니다.” 형원은 설립된 지 3년이 채 안 된 신생기업이지만 매년 40%의 매출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9억원을 달성했고,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인 13억원을 목표로 한다.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 초기 하루 10t에서 최근에는 60t으로 증가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8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14 생산성 혁신 우수 중소기업 산업부장관상’을 수상했다.지난해에는 대통령 국민훈장 석류상과 서울특별시장 표창도 받았다.

형원은 내년도 목표달성을 위해 ‘제2의 적합 아이템’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미 주방세제, 세택세제, 물세정제, 탈취제 등은 개발을 마쳤다. 이 중 탈취제는 이달 내에 친환경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샴푸와 병원에서 사용하는 손소독제도 개발 중이다. 특히 형원의 세제브랜드 ‘그린키스(Green Kiss)’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지만 우수한 재구매율을 뽐낼 정도로 경쟁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판로다. 홍 대표는 “롯데마트, 애경 등 대기업과 손을 잡고 도움도 받지만 사실상 이는 전체 매출의 10%도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롯데마트의 경우 디자인 개발 지원은 물론 중증장애인 생산품만 별도 매장을 운영하는 등 큰 도움을 주지만 일반 매대에 제품만 놓고 봤을 때 브랜드 인지가 낮다는 점은 형원이 풀어가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다시 장애인 고용 사업장 생산 품목을 지정해 사회로부터 소외 받고 가정으로부터 짐으로 여겨지는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들에게 일은 단순히 일을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가족에게는 새로운 희망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신념에서다.

홍 대표는 내년에 장애인을 30여 명 가량 더 뽑을 계획이다. 늘어가는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향후 몇 년간 장애인 고용을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형원이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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