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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풍향계] 휴가때도 '지침' 하나에 울고 웃는 관가

문영재 기자I 2014.07.22 14:50:39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얼마 전에는 ‘해외여행 금지령’ 소문이 나돌더니, 최근에는 국내관광활성화 차원에서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이 벌어진다더군요.”

세종 관가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른바 ‘휴가지침’에 울고 웃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관료 마피아) 논란 속에 바짝 엎드린 공무원들은 해외여행 금지 소문까지 나돌자 술렁거렸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확대·재생산됐고, 급기야 ‘총리 훈령’으로까지 둔갑했다.

한 공무원은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공무원은 해외여행도 못 가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미 예약을 마쳤는데 난감하다”며 적잖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여행 금지령은 곧 촌극으로 끝났다. 총리실에서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해명하면서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휴가 관련 보고를 한 뒤 일부 와전된 것 같다”며 “총리께서 직접 지시할 성질의 사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등도 내부통신망을 통해 이런 내용을 공지했다.

이에 대해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더니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현재 공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공무원 여름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악화한 소비 심리를 살리고 하반기 국내 여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은 농어촌·생태 관광지에서 ‘여류휴가 보내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런 휴가 캠페인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공직이 조직 사회이다 보니 이른바 ‘윗분’들의 휴가계획이 없으면 하급 공무원들은 눈치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18일 유임 발표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여름휴가는 다른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며 “(국무총리인) 저부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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