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회사가 PER 100배?" LG화학 배터리 분사 확정에 개미 '부글'

이슬기 기자I 2020.10.30 12:11:52

개인투자자 원성 속 배터리 사업 분할안 통과
주가 4%대 급락…개인투자자 "주주가치 훼손" 반발 여전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페트병 회사가 주가수익비율(PER) 100배가 말이 되냐.’

LG화학(051910)과의 싸움에서 결국 동학개미가 졌다. LG화학(051910)이 주주총회를 통해 배터리 사업부 분할을 확정지으면서다. 개인투자자들의 원성 속에 LG화학의 주가는 급락 중이다.
신학철 LG화학 최고경영자(CEO·부회장)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LG화학)
30일 오전 11시 53분 현재 LG화학의 주가는 전날 대비 4.61% 떨어진 62만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LG화학은 장 초부터 1%대 하락 출발하긴 했지만, 오전 10시를 기해 급격히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5% 가까운 하락을 보이고 있다.

원인은 이날 열린 LG화학의 임시 주주총회 때문이다. 이날 LG화학은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지사업부문을 떼어내 100% 자회사로 두는 안을 통과시켰다. 주주 참석률 77.5%로 총회가 성립됐으며 이 가운데 82.3%가 찬성했다.

애초 이번 주주총회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고 예고된 바 있다.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2대주주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액주주의 반대도 거셌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날 의결권의 상당 부분을 갖고 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찬성표를 던지면서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이 성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투자자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날 주총장을 찾은 85세 투자자 배규선씨는 “(전지사업부문 분할을) 예측하지 못했고 주가가 자꾸 떨어진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인적분할해야 했는데 물적분할해서 그렇다”며 “주식을 팔까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종목 토론방에서도 불만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페트병 회사가 PER 100배를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배터리 회사의 주식을 샀지 페트병 회사의 주식을 사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3분기 실적 예상치 기준 LG화학의 PER은 113.49배에 달한다. 배터리 사업부문의 성장성을 평가받아 주가가 최근 급등했기 때문이다.

실제 자본시장에서도 LG화학의 물적분할은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알짜배기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른 뒤에 물적분할을 하면 대주주가 소액주주로부터 돈을 뺏어오는 효과가 생긴다”며 “물적분할을 하지 않으면 모든 주주가 주가 상승분을 누릴 수 있는데, 물적분할을 하면 자회사로 편입되고 존속회사에 자회사 지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결국 존속회사의 대주주가 주가상승의 상당 부분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LG화학은 오는 12월 1일 자동차·소형·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만드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설립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이번 분할로 기업공개(IPO) 등으로 대규모 투자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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