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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1994년+2016년'…역대급 무더위

김보영 기자I 2018.07.19 11:26:14

1994년 29.7일로 역대 폭염일수 1위..2016년이 22.4일로 2위
올해, 94년 고온다습·16년 고온건조 폭염 혼합 양상
2013년 강릉 초열대야 현상 재현될 가능성 커져
"1994년 7월과 2016년 8월 합친 최악의 더위 올수도"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일주일 넘게 폭염특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불볕더위가 앞으로 한 달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최장 폭염일수를 기록한 1994년 무더위가 다시 한 번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상 전문가들은 국내 역사상 단 한 차례 발생한 초(超) 열대야 현상이 올해 다시 한 번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초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2013년 8월 8일 강릉(30.9도)에서 단 한 차례 나타났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방에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자전거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폭염일수 1위 1994년 29.7일·2위 2016년 22.4일

1994년 여름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다. 6~8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낮 최고 기온 섭씨 33도 이상인 날)가 29.7일, 열대야 일수가 17일로 가장 길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의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0.1일, 열대야 일수 평년값은 5.3일 정도다. 단순히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더웠다는 얘기다.

1994년에 이어 2016년 여름이 폭염일수 22.4일, 열대야 일수 10.7일을 기록해 두번째로 무더웠던 해로 꼽힌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진 무더위로 1994년, 2016년 여름에 전국적으로 온열 질환자가 2000명~3000명 가까이 속출하고 한 달에 수십만원씩 전기료 폭탄을 맞은 가정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1994년과 2016년 여름은 무더위가 전개된 양상이 달랐다. 1994년은 7월이, 2016년은 8월이 더 더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1994년은 7월 폭염일수가 18.3일이나 기록한 반면 8월의 폭염일수는 10.4일에 그쳤다. 반면 2016년 여름은 7월 폭염일수는 5.5일에 그치고 8월에 16.7일이나 기록했다”며 “8월 폭염일수로만 따지면 2016년이 역대 1위”라고 설명했다.

두 해는 폭염을 불러온 고기압의 형성과정도 다르다.

1994년 폭염은 북태평양고기압 단독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끼쳤다. 북태평양고기압은 미국 하와이 동북쪽 태평양 중위도 일대에 중심을 둔 고온다습한 해양성 열대기단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은 대개 초여름 한반도에 접근해 가장자리를 따라 장마전선을 형성하게 했다가 7월말 한반도에 본격 더위가 시작되게 한다”며 “1994년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비교적 일찍 세력을 확장해 장마가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끝났고 제6호 태풍 바네사가 북상해 중국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하면서 따뜻한 공기를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7월 한 달이 바짝 덥고 8월에는 더위가 다소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6년 여름은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확장한 상태에서 몽골고원에서 발달한 열적 고기압의 영향까지 합세해 고온건조한 공기가 한반도를 지배했다. 이 상태에서 열적 고기압이 다른 쪽으로 이동할 수 없게 베링해 일대에서 캄차카 반도까지 블로킹 고기압이 자리를 잡아 8월 내내 폭염이 지속됐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18일 오후 서울시청 앞 도로 일대가 도심이 뿜어내는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에 휩싸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폭염 1994년과 2016년 혼합편

기상청 및 기상 전문가들은 올 여름 폭염 양상이 2016년 8월 양상과 비슷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19일 현재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4.5일, 열대야 일수는 2.3일을 기록하고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번 폭염은 6월 말~7월 초까지는 1994년 폭염의 양상을 보였다가 7월 중순을 지나면서 2016년 8월의 고온건조한 양상을 따라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우선 1994년 여름과 마찬가지로 6월 하순에 시작한 장마가 7월 중순에 들어서자마자 종료되는 등 평년에 비해 다소 빨리 장마의 영향에서 벗어났다. 비슷한 시점에 제8호 태풍 마리아가 중국 내륙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해지면서 남은 습한 공기가 한반도에 밀려와 비교적 일찍 고온다습한 더위를 경험했다.

그러나 7월 중순 들어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한 상태에서 티베트고원에 형성된 고기압의 영향을 함께 받아 고온건조한 공기가 한반도를 기습했다. 반 예보센터장은 “베링해와 캄차카반도 인근 블로킹 고기압이 오래 세력을 유지하면 1994년 7월 2016년 8월이 겹치는 최악의 더위가 닥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밤 사이 기온이 30도를 넘는 초(超) 열대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상청에 따른 초열대야 현상은 기상관측 이래 단 한 차례 뿐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2013년 8월 강릉에서 아침 최저 기온이 30.9도를 기록해 초열대야 현상이 있었다”며 “서풍이 강하게 들어가면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강릉의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강릉은 지난 13일부터 연일 아침 최저 기온 28도 내외를 기록해 초열대야 현상에 근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 등 동해안으로 고온건조한 공기를 불어넣는데 이 지역은 바다와 가까워 한 번 올라간 기온이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며 “이대로는 역대 두번째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료: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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