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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세살짜리 뺨을"…또 불거진 서울형 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

김보겸 기자I 2019.05.21 11:55:43

피해아동 부모 "넉달 기다렸다 들어간 어린이집인데"
전문가들 "어린이집 인증강화·교사 보육환경 개선 시급"

서울 중랑구의 한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 피해 아동의 모습. (사진=부모 측 블로그 갈무리)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서울시로부터 안전한 어린이집으로 인증받은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아동이 학대를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지난해에도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던 만큼 보육교사에 대한 자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의 자질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인증기준을 강화하고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아동학대를 예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 아동학대 신고로 수사 착수…피해 아동 부모“CCTV 사각지대에서 폭행”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의 한 가정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3세 아동의 뺨을 때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아동의 부모는 지난 9일 아동의 뺨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 같은 날 경찰에 보육교사를 신고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보육교사가 아동을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화장실로 데려간 뒤 때려 아동의 뺨에 상처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 부모는 “CCTV를 살펴본 결과 담임 교사와 아이가 사각지대인 화장실로 간 뒤 친구들 7명이 화장실쪽을 보고 있었다”며 “5분 뒤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얼굴이 빨갛고 엄청 울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앉아서 흐느끼며 계속 울고있는데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친구들 모임과 카페, 조리원 동기들도 아이의 뺨에 난 손자국이 어른의 손자국이 맞다고 말했다”며 “CCTV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누가 봐도 아동학대다. 어린이집에서 바로 부모에게 연락도 안 해주고 살짝 다친 것 같아서 연락을 안 했다는데 진짜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 측은 “아동 학대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울형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의혹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양천구의 한 서울형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학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서울시 인증을 두 차례나 받은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확인됐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사회복지 법인·직장 내 어린이집· 가정 어린이집 등 민간 어린이집 중에서 서울시가 자체 평가해 안전한 어린이집으로 인증한 곳이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보육교사의 인건비·CCTV 설치비 등 3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서울시 소재의 국공립을 제외한 나머지 4527곳 어린이집 중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정된 곳은 794곳(2019년 3월 기준)이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자체가 인증했다는 점 △아동 선발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피해 아동은 4개월 동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에야 해당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있었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두 번이나 서울시 인증을 받은 곳이라 더욱 안심하고 아이를 보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라고 토로했다.

◇보육교사 자질 평가항목에 아동학대 관련 항목은 ‘0’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어린이집 인증 때 아동학대와 관련한 평가 기준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평가항목 40개 중 보육교사 자질(전문성) 관련 항목은 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34개 항목은 △어린이집 시설 관리(16개) △어린이집 회계와 운영(16개) 등으로 채워졌다. 문제는 6개의 보육교사의 자질 항목 가운데서도 아동 학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 구체적인 보육교사 자질 항목은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참여 연 3회 이상 여부’·‘교직원 배치 기준 엄수 여부’·‘2년 이상 교사 비율 전체 50%이상 차지 여부’·‘근무 여건 안정 여부’·‘1급 보육교사 비율 여부’·‘원장과 보육교사의 보수 교육(3년 이내 40시간) 이수 여부’로 아동 학대와 연관성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육교사 자질 관련 항목에 아동학대와 관련이 있는 교사들의 스트레스 관리 항목 등이 제외된 것은 맞다”라며 아동학대를 사전적으로 막을 기준이 미흡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사후적으로는 시에서 자체적으로 보육교사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심리상담이나 스트레스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형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민간 등 모든 어린이집이 다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을 강화하고 보육교사의 자질 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을 인증하는 것을 넘어 평가 기준에 못 미치는 어린이집에 대해 제재할 수 있을 정도로 인증 방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CTV는 이미 일어난 아동 학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일 뿐 예방책은 아니다”라며 “보육교사에 대한 자질 평가 방법 개선과 아동학대 관련 재·보수교육 실시 등으로 아동학대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차체 등이 지금껏 예산 문제 때문에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눈감아 온 측면이 있다”며 “지자체와 학부모, 어린이집 관계자 등 당사자 간 연대회의를 통해 부족한 예산을 충원하는 등 보육교사 근무 여건 개선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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