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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가격에 혼란을 주고 있는 건 올초 우후죽순 생겨난 아이스크림 할인점 탓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전국 아이스크림 할인점 수는 200여 개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형태 할인점까지 생겨나면서 빠르게 매장 수가 증가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경우, 대리점이나 영업소를 거쳐가야 하는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직접 제조공장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기 때문에 그만큼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대리점과 영업소 공급가가 300원이고 권장소비자가 기준 8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400원에 판매되고 있다.권장소비자 가격대가 높은 콘이나 떠먹는 아이스크림의 경우 할인폭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할인 판매하는 할인점 입장에서는 비싸면 비쌀수록 유리한 구조다.
이렇게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늘어나게 된 건 지난해 시행된 권장소비자 가격을 골자로 한 가격정찰제 탓이라는 지적이다. 가격정찰제는 그동안 유통점에서 가격을 정하는 오픈프라이스 제도 탓에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했던 빙과업체를 위해 부활한 제도지만 역설적으로 할인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정찰제 시행 초기만 해도 수퍼마켓과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적극적으로 권장소비자가격에 판매하는 등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이후 권장소비자가로 판매하는 소매점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그 틈새를 노린 할인점들이 올초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다른 유통 채널에도 공급가에 판매하고 있는 제조업체 입장에서야 박리다매 형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많이 팔아주는 할인점이 좋아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냥 그런 것도 아니다. 할인 판매가 고착화되다보니 제조업체로서는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폭이 그만큼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할인점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원재료값은 올라가고 출산율 저하로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가격 구조로는 빙과업체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