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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코로나 언급하며 바이든 조롱…대권 재도전 시사한 트럼프

김보겸 기자I 2021.09.14 12:26:22

트럼프, 폭스뉴스 인터뷰서 재출마 의사 밝혀
"미국, 선택의 여지 없는 지경…수치스럽다"
아프간 사태 겨냥해 "나였으면 안 일어났을 일"
지지부진한 백신접종률에 "나 때는 안그랬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11 테러 20주기인 지난 11일 권투 경기 해설에 나선 모습(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할 의사를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차기 미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대선 재출마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는 “미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사진=AFP)


아프간·백신 등 언급하며 바이든 조롱

그의 비판의 화살은 먼저 바이든 대통령을 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지도자로서 무능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의 행정부는 계속 ‘포용’과 ‘함께’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우 분열돼 있다”고 꼬집었다.

다음으로는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를 겨냥했다. 철군 과정에서 빚어진 혼란을 언급하며 그는 “트럼프 행정부였다면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 역사상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부모는 바이든이 아닌 나와 대화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로 접종률이 좀체 늘지 않는 상황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탓으로 돌렸다.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현재 1회 이상 접종한 비율이 63.8%로, 지난 5월 50%를 넘어선 이후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한국(64.1%)에도 밀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 때는 백신 맞으려고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가 백신 접종을 권했다면 효능을 안 믿었을 것”이라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도 언급하며 그는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가 하면 난 안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지 않았나”라며 “백신을 폄하해 놓고 이제 와서는 사람들이 왜 백신을 안 맞으려 하는지 궁금해 한다. 망신이다”라고 조롱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승인을 독촉함으로써 전세계 수백만명을 구한 것도 자신이라고 자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FDA 자문위원회가 화이자 백신을 승인할 것을 권고했지만 FDA가 즉시 승인 발표를 하지 않자 스티븐 한 국장을 향해 백신을 내놓으라고 트윗한 적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롯된 불씨 지적도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적한 내용은 결국 전 행정부에서 불씨가 됐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올해 5월까지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 철수하기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은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지난해 2월 맺은 협정에 따라 감옥에 수감된 5000명의 탈레반 전투병들이 석방돼 탈레반의 카불 장악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철수 시한을 기존 5월에서 8월 말로 미룬 것뿐”이라며 방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코로나19 위험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경제활동을 밀어붙이기 위해 과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때는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도구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현 시점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인지와 발표 시기는 언제가 될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선거 직후부터 결과에 불복했던 그가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면 부인인 멜라니아도 지지할 것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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