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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교육 금지하자 암시장으로…과외비는 오히려 치솟아

김겨레 기자I 2023.07.21 17:11:14

2021년 사교육 금지에도 중산층 학부모 교육열 여전
연 1000만명 응시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 경쟁도 치열
단속 피해 소규모·불법 과외 성행…수업료 50~100%↑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이 사교육을 금지하자 단속을 피해 암시장이 생겨나 교습비가 치솟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월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에서 중국의 수능에 해당하는 ‘가오카오’를 응시한 학생들. (사진=AFP)


중국 정부는 2021년 7월 학교 교과목에 대한 영리적인 수업 제공을 금지하고 사교육 단속을 강화했다. 이에 수많은 대형 사교육 업체가 파산하고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의도와 달리 사교육 근절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의 학생이 응시하는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를 뚫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데다, 중국 중산층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맞물려 호텔과 아파트 등지에서 불법 과외가 성행하고 있어서다.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은 저렴한 온라인 교육이 있지만, 학생 관리의 어려움으로 중산층 학부모들에게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최근 상하이와 선전 등의 학부모를 인터뷰한 결과 중국 당국의 사교육 근절 노력에도 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하자 대면 사교육이 시작됐고, 사교육 강사들이 단속을 피해 소규모 과외를 진행하면서 수업료가 최소 50%에서 최대 100%까지 올랐다.

사교육 현장에선 수학 수업을 ‘사고’로, 중국어 수업을 ‘문학’으로 둔갑시켜 수업을 진행하거나 교과 과목을 노래나 미술 등 비(非)교과 프로그램으로 위장한 불법 과외가 성행하고 있다. 아울러 사교육 업체와 강사들이 단속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면서 높은 교습비에도 강사들의 자격에 대한 공개 정보가 없는가 하면, 일부 공립학교 교사들이 부업으로 불법 과외를 벌이는 등의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외동딸을 둔 사라 왕 씨는 딸이 중학교에 올라가면 현재 시간당 300~400위안(약 5만 3700~7만 1500원)인 과외비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사교육 금지에도) 우리의 부담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며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수천명의 군인과 말이 외나무 다리를 건너기 위해 달려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토로했다.

블룸버그는 “과중한 사교육비가 치솟는 주택 가격과 더불어 저출산과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가난한 가정의 자녀는 사교육을 받을 여유가 없어 학교는 물론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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