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방패로만 전쟁을 이기려던 자들의 말로

류성 기자I 2021.04.02 14:10:41

창(백신)없이 방패(방역)로 싸우는 전쟁은 필패
세계 주요국,전쟁 막바지인데 우리는 이제 본게임
실패한 방패전략 지금도 진행중, 끝이 안보인다
올해 백신개발지원 1500여억...백신주권 포기 의미

[이데일리 류성 제약·바이오 전문기자] 가히 ‘온국민의 잃어버린 1년’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지난해 내내 전국민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포기한채 그야말로 ‘전시 상태’에 버금가는 삶을 살아왔다. 국민들의 피눈물나는 희생을 밑거름으로 코로나19가 일시적으로 잠잠해지자 한때 정부는 K방역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과시하며 자화자찬에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발한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다.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몇달째 400~ 50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유행병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대확산의 조짐이 더욱 강해지는 위태로운 형국에 몰리고 있다.

지난 2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는 ‘언발의 오줌누기’ 수준이어서 전염병을 진압하는데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누적으로 전국민의 1.6% 규모인 80여만명이 백신접종을 마쳤다.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안에 백신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을 이뤄내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이미 물건너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인도 등 백신 개발 및 생산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는 갈수록 심해지면서 우리 정부가 확보한 백신물량조차 제때 공급될지도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나라별 경쟁도 시간이 흐를수록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미국,영국,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 칠레 등 백신개발에 성공하거나 충분한 백신물량을 확보한 나라들은 집단 면역을 통해 대유행병 퇴치를 눈앞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반면 우리는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거쳤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코로나19 대처를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모범국가라고 세계에 과시하던 한국의 위상은 현재 온데 간데없이 사라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전염병이어서 어느 국가도 피해갈수 없는 일종의 숙명이며 상당한 희생과 피해는 어쩔수 없다고 치부하면 끝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이 초기 코로나19 대처 우등생에서 중반전부터 열등생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실패한 정부전략’이 있다고 강조한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전염병과의 전쟁에서도 이기기 위해서는 창(백신)과 방패(방역)를 겸비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전략을 경시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정부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창을 만들거나 구입할 생각은 하지않고, 오로지 방패로 철통방어만 잘하면 될 것이라는 오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방역으로 확진자수를 현저하게 줄이는 성과를 거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패착으로 작용했다. 초기 방역성공은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를 창없이도 방패 만으로 충분히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자만에 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뒤늦게나마 창없이 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이길수 없을 것이라는 진실을 일부나마 깨닫고 백신확보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만시지탄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전염병과의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감당하고 있다.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방패 전략으로 맞선 우리 정부의 전략은 명백한 하책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정부의 실패한 전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어서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는다. 단적으로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책정한 예산규모가 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불과 예산 1528억원을 책정했다. 이런 규모의 자금지원은 백신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앞으로 빈발할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신속한 승리를 거두려면 창(백신)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역량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이다. 그렇지 않으면 전염병이 발병할때마다 다른 국가에 굽신거리며 백신물량 확보에 나서야 하는 허울뿐인 주권국가의 처지를 벗어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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