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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흔들고 200억 민유성…100억 더 챙기려다 추락[사사건건]

한광범 기자I 2022.07.15 16:10:41

신동주 옹립 위해 롯데 공격 선봉 '500억 계약'
'신동빈 구속'·'면세점 탈락' 구체적 목표 추진
법정서 구체적 역할 진술…법원 "변호사법 위반"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에 서서 롯데그룹 흔들기에 나섰던 민유성(68) 나무코프 회장(전 산업은행장)이 법적 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였다. 롯데 흔들기 대가로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200억원 가까운 자문료를 챙겼던 그는 추가로 100억원을 받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가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말았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재계 등에 따르면 민 회장은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전면에 나섰다. 그는 한국에 기반이 없고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경영권 분쟁에서 공격 선봉에 섰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10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분쟁을 본격화했다. 당시 기자회견에 민 회장은 신 전 부회장 옆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에 앞서 9월 15일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회복을 위한 1차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민 회장은 위법과 탈법을 넘나들며 롯데그룹을 공격했다. 한국 사정에 어두운 신 전 부회장을 대신해 여론전을 펼쳤다. 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을 롯데호텔 집무실에 사실상 감금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그룹은 흔들렸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대주주 신분을 이용해 그룹 경영자료를 수집해 이를 언론에 공표했고, 검찰은 이 같은 언론보도를 통해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이듬해 10월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영 정보 외부 공표…檢 수사도 이끌어

신 회장의 기소로 재계 안팎에선 롯데그룹 경영권 위협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지배구조상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의 임직원들이 신 회장에게 등을 돌릴 경우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신 회장의 그룹 내 입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민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더욱 공세를 강화했다. 총수일가 기소 직후인 2016년 10월 말 월 자문료 7억원에 성공보수 500억원 규모의 2차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의 경영권 회복을 위해 ‘프로젝트L’로 명명된 2차 자문계약은 △신동빈 회장에 대한 법정구속 내지 유죄 판결 선고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 탈락 등을 구체적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에 대한 각종 소송을 진행해 내부 정보를 확보, 신 회장의 경영 비리 의혹을 공론화하겠다는 목표였다.

민 회장은 2차 자문계약 후 더욱 과감해졌다. 롯데 경영비리 자료를 앞장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신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관련 재판, 신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상황 등을 파악해 이를 신 전 부회장 측에 보고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전 산업은행장)이 2016년 10월 서울 소공동 한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롯데그룹은 이후 그룹의 미래가 달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실패했다. 롯데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직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지만 민 회장은 오히려 성과를 인정받아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자문료와 성공보수를 받았다. 민 회장이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자문료와 성공보수 총합계는 198억원에 달했다.

‘롯데 미래’ 고려 없이 신동주 옹립 위해 총공세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이 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회복에 희망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2017년 8월 “자문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민 회장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자문료 지급을 중단했다.

이에 민 회장 측은 2018년 1월 신 부회장 측을 상대로 “미지급 용역비 108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애초 2차 자문계약서 상에 ‘2018년 10월 이전 계약해지는 상호 합의 없이는 프로젝트 완료인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며 “계약해지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 회장 측은 법정에서 경영권 분쟁 당시의 구체적 역할에 대해 상세히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민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면세점 특허 탈락으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몰렸던 롯데그룹 직원들이 민 회장을 2019년 6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

그 사이 민 회장은 민사소송에서도 패했다. 애초 1심에서 75억원의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2심은 계약 자체가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해 원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2020년 11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롯데 직원들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법원 판결을 근거로 민 회장 관련 수사에 속도를 냈다. 민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법원 구속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됐지만 향후 기소는 확실시되고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 사무를 취급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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