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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환율 다잡기’ 한 목소리…장중 환율, 1371원까지 급락[외환분석]

이정윤 기자I 2024.04.18 12:37:34

역외 롱스탑 물량에 장중 15원 이상 하락
한·미·일 재무장관 “원화·엔화 절하 심각한 우려”
ECB 총재 “환율 매우 면밀히 살펴본다” 발언
중동 위험 소강 상태…달러인덱스 106선 하회
외국인 투자자 국내 증시서 4300억원대 순매수
“오후 1370원 안착 가능…배당 역송금 물량 변수”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70원 초반대까지 급락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 등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자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동시다발적으로 내놨고 미국도 이에 공감하면서 달러 매수세를 진정시켰다.

G20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제1차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지 일본 재무장관에 이어 최 부총리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강달러’에 이례적 공동 구두개입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2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86.8원)보다 14.0원 내린 1372.8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6.8원 내린 1380.0원에 개장했다. 이후 환율은 1370원 후반대로 하락 폭을 확대했고, 오전 11시께부터 가파르게 내리며 1371.5원으로 15원 넘게 하락했다.

전 세계 외환당국에서 달러 강세에 우려를 표하면서 역외에서 달러 롱스탑(매수 포지션 청산) 물량이 쏟아지면서 이날 환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한·미·일 재무장관들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첫 3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우리는 기존 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포함했다.

이는 전날 한·일 양국 재무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처음으로 원화와 엔화 가치절하에 우려를 공동으로 표하고 ‘구두개입’을 시사한 것의 연장선이다. 이에 대해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인식을 같이한다”며 공감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7일(현지시간) 최근 급등하는 환율과 관련해 “시장 펀더멘털에 의해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약간 벗어났다”면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재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외신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발언을 내놨었다.

유럽도 강달러 우려 대열에 합류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ECB는 환율을 목표로 삼지 않지만, 분명히 우리는 그것을 매우 면밀히 살펴보며 전개를 모니터한다”고 밝히며, 달러 강세에 대한 경계를 드러냈다.

이처럼 각국 외환당국 수장들이 공동으로 자국 통화 약세에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일본은 연일 구두개입을 내놓고 있었으나 엔화 약세를 저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개별 국가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대응하기보단,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 시장에 강력한 효과를 내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 관련해 한·미·일 발표가 시장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며 “배당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역외 롱스탑 물량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역외 매도 물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구두개입 약발이 떨어진 일본과 급격한 원화 약세에 된통 당한 한국이 미국에 강달러 충격을 어필하고 공감을 얻어내면서 외환시장 롱바이어스를 잡는 데 성공했다”며 “달러화 자체도 견고한 수요 덕에 장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지지 기반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소강 상태를 나타내면서 달러화는 모처럼 만에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저녁 11시 29분 기준 105.87을 기록하고 있다. 4거래일 만에 106선을 하회한 것이다. 달러·엔 환율은 154엔 초반대로 소폭 하락세고, 달러·위안 환율은 7.24위안대로 상승세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7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600억원대를 사들이고 있다.

오후 1370원대 안착 가능…배당 역송금은 변수

환율이 1370원 초반대까지 내려간 만큼 마감까지 1370원대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19일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포스코 등 굵직한 국내 기업들의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라 장 마감 전 외국인 역송금 물량이 쏟아지며 환율이 되돌림을 나타낼 가능성도 크다.

국내은행 딜러는 “1370원대로 안착 가능해 보인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어 환율 하방을 많이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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