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뉴스+]혁신학교 반감, 학교 리모델링사업으로 번져

오희나 기자I 2021.08.17 11:00:00

교육부, 2025년까지 18.5조 투입…노후 학교 리모델링
대곡초·경원중 등 혁신학교 이어 미래학교사업도 반발
"미래교육 과정 대비 시설보수…혁신학교와 산관없어"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학력저하 논란이 일었던 혁신학교에 대한 불신이 미래학교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혈서에 근조화환까지…혁신학교 반감, 학교리모델링사업으로 번져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혁신학교 이어 미래학교도 반발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은 그린스마트 미래 학교 대상으로 93개교를 최종 선정했다. 서울 강남구 대곡초에 이어 양천구 계남초, 서초구 경원중, 송파구 잠실중 등 앞서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학교들은 모두 제외됐다. 학부모들이 학교 정문에 근조화환을 세우고 학교와 교육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7월2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 중인 전남 목포용호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과 연계한 사용자 참여설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학교는 교육부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들여 40년 이상된 학교 건물 2835동(약 1400개교)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공간혁신을 통한 다양한 학습 경험 강화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학습환경 구축 △체험 중심의 환경생태교육 확대 △지역사회 거점 역할 강화 등이 미래학교 전환을 위한 과제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리모델링 기간에 학생들이 모듈러 교실(이동식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며 불편함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과 학교시설을 공유하고 지역사회 거점 역할을 강화한다는 부분이 혁신학교의 운영방식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교육과정이 혁신학교와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초3 자녀는 둔 학부모 정모(43)씨는 “혁신학교와 미래학교가 표면적으로는 개념이 다를지 몰라도 아이들 안전과 학력 저하 문제가 달려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한 학교 증축도 화물차 이동·건자재 등 위험 요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는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할 것인지 등 사전 설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40년 이상된 노후학교를 보수·개축하는 사업인데 학부모들이 오해하고 있다”면서 “미래교육 과정에 대비해서 시설을 갖추는 것이지 혁신학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정문에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근조 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혁신학교 불신이 오해 불러

미래학교에 대한 반대는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적 교육정책인 혁신학교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미래학교로 추진하다 제외된 대곡초와 경원중은 각각 2019년과 2020년 혁신학교 전환을 시도했다가 학부모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곳이기도 하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수업 등을 통해 학생 중심 교육을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학력이 저하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혁신학교 고교생의 전국학업성취도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전국 고교 평균 4.5%의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또한 정경희(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21 서울대 합격자(등록기준) 혁신학교 출신 자료에 따르면 전국 혁신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학교당 0.38명에 불과했다. 일반고가 학교당 1.16명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 반대가 노후 학교 리모델링 사업인 미래학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와 미래학교 사태는 교육당국에 대한 정책 불신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추진국장은 “혁신학교에서 파생된 정책적 불신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정책으로 불똥이 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기초학력 저하가 코로나로 인해 어제오늘 발생한 일이 아니라 10여년 전부터 누적된 결과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미래학교 도입 취지는 좋지만 혁신학교처럼 기초학력이 저하될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