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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뽑는대`…직원수로 짚어본 이 회사 속사정

전재욱 기자I 2020.12.15 11:00:20

이익 줄었는데 채용 늘린 스벅vs호실적에도 사람 줄인 농심
이마트, 직원수 4위→5위로…롯데마트 여덟 계단 하락
살판난 물류업계…쿠팡 직원수, 현대차 이어 전체 4위
노동 질은 별개 시각도…“업종, 성수기마다 달라”

(그래픽=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코로나19로 희비가 선명하게 갈린 유통·식품업계는 사람을 쓰는 정도에서도 큰 격차를 보였다. 사업이 고전한 오프라인 유통 쪽에서는 눈물의 퇴사가 잇따랐고, 흥한 배달·배송 분야에서는 사정없이 채용이 이뤄졌다. 흥해도 사람을 뽑지 않는가 하면, 고난하지만 사람을 늘려간 곳도 있어 대비된다.

홀쭉해진 마트·백화점·편의점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업장별 가입자수(직원수)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이하 같은 기간)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유통업체는 직원이 전반적으로 정체하거나 감소했다.

대형마트 3사에서 이런 현상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마트 직원은 2만7639명으로 단일 사업장 기준으로 전체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해 4위(2만7627명)에서 한 계단 밀렸다. 홈플러스 직원은 2만1519명에서 2만1206명으로 줄었다. 롯데마트는 1만3182명에서 1만2270명으로 줄어 23위에서 31위로 미끄러졌다.
백화점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은 9.1%(542명) 줄어서 5399명, 신세계백화점은 2.7%(73명) 감소해 2586명, 한화갤러리아백화점은 5.8%(62명) 준 990명이었다. 현대백화점은 2.8%(68명) 늘어난 2578명이었지만 증가폭이 미미하다.

편의점도 부진했다. 업계 1위 GS25 운영사 GS리테일은 20.4%(1702명), CU의 BGF리테일은 1.9%(51명), 세븐일레븐의 코리아세븐은 6.5%(139명), 이마트24는 22.8%(357명) 각각 직원이 줄었다.

면세점은 여행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데 반해 미지근하게나마 온기를 유지했다. 롯데면세점은 941명에서 957명으로, HDC신라면세점은 159명에서 170명으로 각각 늘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직원이 289명에서 379명으로 증가했는데, 지점 두 곳을 늘린 영향이 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고용을 유지하려고 근무일수 단축과 무급휴직 등 고통분담이 뒤따랐다”며 “허리띠를 죈 결과”라고 말했다.

◇ 명품 주저앉는데, 오토바이 쌩쌩


백화점과 면세점을 끼고 영업하는 명품업계는 빈익빈 부익부였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에르메스를 운영하는 에르메스코리아는 직원을 258명에서 298명으로 크게 늘렸고, 루이 비통 브랜드의 루이비통코리아도 732명에서 737명으로 직원을 다소 늘렸다. 그러나 샤넬코리아는 1468명에서 1390명으로, 프라다코리아는 653명에서 582명으로 줄였다.

물류업계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쿠팡은 4만7700명으로 작년(2만5607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물류 포장·분류를 전담하는 자회사 쿠팡풀필먼트 직원이 1만6275명에서 2만9724명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사업장 합산 규모로 치면 2위 현대자동차(6만8458명)에 이어 전체 3위다. 다만 티몬은 919명에서 785명으로, 위메프는 1758명에서 1697명으로 각각 줄어 업계 내 격차가 벌어졌다.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도 급성장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우아한청년들 포함)은 직원 수가 1447명에서 3002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요기요의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21.6%(166명) 늘어난 931명이었다.

◇ 잘돼도 안 뽑고, 안 돼도 뽑고


사람을 늘리는 것이 반드시 회사가 잘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올해 1분기와 3분기 각각 영업이익이 줄었는데 직원수는 1만7214명으로 411명 증가했다. 올해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리면서 자연히 직원이 늘었다.

회사가 잘나가도 고용을 마냥 늘리지는 않는다. 코로나19 수혜를 본 농심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3배 증가했지만 직원은 2684명에서 2671명으로 줄였다. 식품회사 관계자는 “상당수 공정이 자동화 돼 있는 산업 특성 탓”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호황을 누린 치킨프랜차이즈도 같은 맥락이다. 가맹사업 특성상 본사 직원은 최대 253명(교촌치킨)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직원 수 증감과 노동의 질은 별개일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에는 단기직도 포함된 때문이다. 일용직 아르바이트 직원이 많은 쿠팡(3위)은 LG전자(4위·4만584명)를 양적으로 앞서지만 질적으로 우세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울러 CJ올리브영은 올해 직원이 1180명 줄었는데 개중에 87%(1027명)가 비정규직이었다. 정규직 20명 중 한 명이 그만두는 사이 비정규직은 넷 중 하나가 회사를 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과 업태, 성수기 여부에 따라 직원 수는 유동적일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단기직종 중심으로 인력이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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