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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RI를 인용해 지난 5일 기준 미국 내 포장(저장)음식, 음료, 생활용품 재고가 10% 가량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대믹(대유행) 발생 이전 5~7% 대비 2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가장 부족한 품목은 밀가루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밀가루 수요는 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전년동월비 233% 폭증했다가 봉쇄령 해제 이후 다시 하강하는 추세다. 하지만 6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WSJ은 “제너럴 밀스, 캠벨 수프, 콘애그라 브랜즈 등과 같은 식료품 공급업체들이 최대한 빨리 음식을 공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재고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밀가루, 통조림 수프, 파스타, 쌀 등과 같은 인기 품목은 여전히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콘애그라 브랜즈의 션 코놀리 최고경영자(CEO)는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며 “생산 능력을 높이거나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한 쉐프 보얄디나 헬시 초이스 등과 같은 특정 브랜드의 상품 라인을 구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킹아서 밀가루의 마케팅 책임자인 빌 타인도 “정상적인 생산량의 2배, 3배 늘려도 여전히 주문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료품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재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주정부가 경제활동 재개를 미루거나 일시중단하면서 식당이나 술집 등이 다시 문을 닫았고, 집에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가정이 늘어나며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한 플로리다·캘리포니아·텍사스·애리조나주 등 미 남서부 지역은 식당 입장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역간 수급 불균형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인들이 모두 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지만 재고가 바닥난 곳에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게 식료품 공급업체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식료품 수급 불균형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적인 이유로 뉴욕·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버몬트·뉴햄프셔·메인·메사추세츠 등 북동부 7개 주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7개주의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을 차지하며,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찍지 않은 곳들이다. 미 농무부가 책정한 긴급지원 예산 15억달러 중 5770만달러만이 이들 지역 식료품 유통업체에 지원됐다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식료품 생산업체들 중 일부가 공장을 다시 폐쇄하거나, 가동중이라도 안전지침 강화 등으로 생산 능력을 대폭 축소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WSJ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