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부터 통조림까지…美, 코로나19 재확산에 식료품 재고난

방성훈 기자I 2020.07.13 11:40:09

코로나 재확산에 식당·술집 문 다시 닫아
외식 줄고 요리하는 가정 늘어 식료품 품귀현상 재현
새 안전지침에 공장 생산 줄고 지역간 수급불균형도 영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식료품 재고난이 재현되고 있다. 식당들이 다시 문을 닫고 집에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신선식품은 물론 통조림 수프 등과 같은 저장식품마저 식료품점에서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IRI를 인용해 지난 5일 기준 미국 내 포장(저장)음식, 음료, 생활용품 재고가 10% 가량 부족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대믹(대유행) 발생 이전 5~7% 대비 2배 가량 높아진 것이다.

가장 부족한 품목은 밀가루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밀가루 수요는 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전년동월비 233% 폭증했다가 봉쇄령 해제 이후 다시 하강하는 추세다. 하지만 6월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WSJ은 “제너럴 밀스, 캠벨 수프, 콘애그라 브랜즈 등과 같은 식료품 공급업체들이 최대한 빨리 음식을 공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재고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밀가루, 통조림 수프, 파스타, 쌀 등과 같은 인기 품목은 여전히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콘애그라 브랜즈의 션 코놀리 최고경영자(CEO)는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며 “생산 능력을 높이거나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한 쉐프 보얄디나 헬시 초이스 등과 같은 특정 브랜드의 상품 라인을 구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킹아서 밀가루의 마케팅 책임자인 빌 타인도 “정상적인 생산량의 2배, 3배 늘려도 여전히 주문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식료품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재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주정부가 경제활동 재개를 미루거나 일시중단하면서 식당이나 술집 등이 다시 문을 닫았고, 집에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가정이 늘어나며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한 플로리다·캘리포니아·텍사스·애리조나주 등 미 남서부 지역은 식당 입장 인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역간 수급 불균형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인들이 모두 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지만 재고가 바닥난 곳에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게 식료품 공급업체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식료품 수급 불균형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적인 이유로 뉴욕·코네티컷·로드아일랜드·버몬트·뉴햄프셔·메인·메사추세츠 등 북동부 7개 주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7개주의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0분의 1을 차지하며,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 대통령을 찍지 않은 곳들이다. 미 농무부가 책정한 긴급지원 예산 15억달러 중 5770만달러만이 이들 지역 식료품 유통업체에 지원됐다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식료품 생산업체들 중 일부가 공장을 다시 폐쇄하거나, 가동중이라도 안전지침 강화 등으로 생산 능력을 대폭 축소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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