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닛케이225에 넥슨은 있고 닌텐도는 없는 이유

이슬기 기자I 2020.10.28 11:01:30

넥슨, 29일부터 닛케이 225 지수 편입돼 거래
닌텐도는 지수 편입 안돼…'오사카 종목' 역사 때문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오는 29일부터 한국 게임 기업 ‘넥슨’이 일본 닛케이225 주가지수에 편입돼 거래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넥슨의 편입을 두고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닌텐도는 편입 시키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 넥슨은 포함시키냐’는 얘기가 그것이죠. 일본 게임 대장주인 닌텐도가 정작 닛케이225 지수에 빠져있다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닛케이225 지수는 미국의 S&P500 지수나 한국의 코스피 지수 처럼 일본의 주식시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수입니다. 일본의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도쿄증권거래소 1부시장에 상장된 주식 가운데 대표적인 225개 종목을 뽑아서 구성하는 지수죠. 이 지수엔 도요타자동차나 퍼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소프트뱅크그룹 등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종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이 지수에 일본 게임 업종 내 시총 1위이자 전세계 게임 대장주 중 하나인 닌텐도가 빠져있다는 겁니다. 27일 현재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7조 4248억엔(79조 9940억원)입니다. ‘캔디크러쉬’나 ‘디아블로’ 등으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시가총액(621억달러·70조 1109억원)보다도, ‘FIFA 시리즈’로 유명한 일렉트로닉 아츠의 시가총액(366억달러·41조 2390억원)보다도 큽니다. 당연히 넥슨(시가총액 2조 5310억엔·27조 2798억원)보다도 덩치가 크죠. 그런데 넥슨은 닛케이225 지수에 채택된 반면 닌텐도는 채택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이를 이해하려면 일본 증권거래소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현재 일본증권거래소(JPX)는 2013년 동경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가 경영통합하면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 전까지 일본에선 두 개의 증권거래소가 따로 운영됐었죠. 닛케이225 지수는 ‘동경증권거래소’의 종목만 선별해 온 만큼, 당시 오사카증권거래소에서 주로 거래되던 종목은 포함시키지 않아왔습니다. 그리고 닌텐도는 당시 오사카와 동경에 복수상장돼 있던 종목이지만 주로 거래되던 곳은 오사카였죠. 닛케이225 지수가 당시 닌텐도를 지수에 넣지 않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두 거래소는 통합됐고, 이제 오사카증권거래소는 없습니다. 닛케이225가 ‘오사카 종목’이라는 이유로 닌텐도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건 명분이 못되는 셈이죠. 실제 닛케이225는 오사카 종목으로 불려왔던 전자기기 회사 ‘오무론’을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닛케이225가 닌텐도를 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장에선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점을 꼽습니다. 이제와서 닌텐도를 지수가 품기에는 시가총액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닌텐도를 포함시키면 다른 224개 종목에 그만큼 매도 압력이 커지는 탓입니다. 너무 덩치가 큰 종목을 포함시켜버리면 그 종목을 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에 지수에 포함돼 있던 다른 종목에 매도 압력이 커진다는 겁니다.

다만 언젠가 닛케이225가 닌텐도를 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일본 시장에 항상 존재합니다. 이제까진 그 기대를 모두 져버리고 있지만요. 언젠가는 닌텐도의 이름을 닛케이225지수에서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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