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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3분기도 역성장하나…경제침체 장기화 우려

방성훈 기자I 2019.10.10 11:41:57

홍콩 경제 2·3분기 연속 뒷걸음질…침체우려↑
블룸버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경기침체 직면"
8월 관광객 전년比 40% 급감…소비·금융 직격탄
소비·무역 등 주요 경제 지표 줄줄이 빨간불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홍콩 경제성장률이 올해 1% 미만으로 추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침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反)중국 폭력 시위로 번지면서 내년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홍콩 경제 2·3분기 연속 뒷걸음질…침체우려↑

“고급 호텔과 주요 쇼핑몰이 몰려 있는 홍콩 코즈웨이 베이와 카오룽 지역 상점들과 식당들은 문을 일찍 닫고 있다. 문이 열려 있더라도 조용하다. 손님이 없다. 공항도 마찬가지다. 복면가면법 시행으로 홍콩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진 지난 5일에는 홍콩지하철공사(MTR)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최근 홍콩 시내 모습을 이같이 전하면서 “관광객과 금융·무역 허브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홍콩 경제가 송환법 반대 시위로 장기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홍콩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로 최근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대비로는 0.4% 마이너스 성장이다. 3분기 역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통상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감소 할 경우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는 “홍콩 경제가 지난 2분기부터 위축됐기 시작해 3분기엔 확실히 더욱 나빠지는 모습”이라며 “지난 수개월 동안 주요 경제지표가 빠르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홍콩무역개발위원회는 올해 수출 규모가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지난 8월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를 0~1%로 수정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2~3%로 내다봤으나 시위 사태 이후 크게 낮춘 것이다. 2분기 홍콩의 화물 수출은 5.4% 감소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줄줄이 하향조정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홍콩 경제성장률을 0.3%로 예측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서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홍콩의 올해 성장률이 -0.3~-0.1%로 뒷걸을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AFP)


◇8월 관광객 전년比 40% 급감…소비·금융 직격탄

홍콩 경제는 관광객들의 소비와 금융·무역 허브 사업에 의존해 성장한다. 그런데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가 폭력 시위로 격화되면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줄었다.

홍콩 관광청에 따르면, 8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 수는 360만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40% 가량 쪼그라들었다.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전년 대비 70% 가까이 줄어든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관광객 감소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졌다. 홍콩의 8월 소매판매액은 294억홍콩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23% 급감했다. 블룸버그는 “시계·보석 등 명품 등의 수요가 급감한데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상점들을 찾는 손님이 없다보니 점원을 쓸 일도 줄어들고 있다. 여행 관련 숙박 및 요식업계를 붕심으로 일자리가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초 3.4% 수준을 유지하던 홍콩 실업률은 올해 5~7월 4.3%로 치솟았다. 4~6월 대비로는 0.1%포인트 상승, 2년 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시위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은 금융시장도 위축시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0억~40억홍콩달러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홍콩 시위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또 침체 후 회복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즉각적인 회복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진단했다. 방문객 또는 투자자들에게 ‘안전하다’는 신뢰를 심어주기 전까지는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8일 “외국 여행객 수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3분기 홍콩 경제지표에 대한 시위 여파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기간인 10월1~6일 사이, 소위 ‘골든 위크’에 홍콩을 찾은 방문객 수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격감했다며, 유통업, 관광업, 호텔업 부문의 타격이 특히 막심하다고 전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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