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태영…PF사업장부터 구조개선까지 ‘첩첩산중’

최정훈 기자I 2024.01.12 14:09:21

워크아웃 96.1% 동의 개시…4월 11일까지 금융채권 유예
실사 과정서 우발채무 증가 우려…PF사업장 정리 관건
재무구조 개선도 진통 예상…“부족 시 SBS 주식도 담보”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작년 말부터 국내 경제를 떠들썩하게 만든 태영건설(009410)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개시됐다. 태영그룹이 우선 급한 불은 껐지만, 워크아웃이 성공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채권단이 태영건설 실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채무가 얼마나 더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에서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워크아웃 개시로 급한 불 끈 태영…PF사업장 정리 관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안건에 대한 결의서를 11일 자정까지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워크아웃이 결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태영건설은 오는 4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의 상황이 유예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비용절감안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은 자산부채 실사를 통해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할 계획이다. 이 기간 채권단이 선정한 외부전문기관이 태영건설의 존속능력과 정상화 가능성도 평가하게 될 전망이다. 강도 높은 자구계획 등이 포함된 기업개선계획이 4월 11일 제2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워크아웃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4월 11일까지 진행될 실사에서 가장 큰 고비는 우발채무의 규모다. 태영그룹이 밝힌 태영건설의 보증채무는 약 10조원이다. 이 가운데 2조5259억원을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나머지 6조9785억원은 위험도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보증채무 중 책임준공 확약(3조5570억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정준공일까지 건축물을 짓겠다는 약속을 의미하는 책임준공 확약은 자본금이 부족한 시행사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때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서는 형태로 많이 체결한다. 대출금리 급등, 미분양 증가 등으로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 빚을 갚지 못해 우발채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처리 문제가 다음 채권단 협의회 전까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PF 대주단이 사업장별로 대주단 협의회를 구성해 태영건설과 협의해 처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사업장 중 분양이 완료된 주택 사업장이나 비주택 사업장은 일정대로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며 “분양 진행 중인 주택 사업장은 분양률을 제고해 사업장을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아직 공사를 개시하지 않은 사업장은 사업성과 실행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기 착공 추진, 시공사 교체, 사업 철수 등 처리방안을 신속하게 확정하여 대주단 등 이해관계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재무구조 개선도 진통 예상…“부족 시 SBS 주식도 담보”

태영건설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개선방안에는 주주들의 감자, 채권단 출자 전환, 이자 감면 등 고통 분담 방안을 포함해 논의할 전망이다. 기업개선계획을 도출할 때까지 상거래채권 결제 등 자금 수요는 태영건설이 직접 대응해야 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워크아웃 개시에도 인건비와 공사비 지급 등 일반 상거래 채권은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송 채무나 창구(소매)에서 판매된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도 유예되지 않는다. 채권단은 실사 기간 상거래 채권 변제와 일부 금융채권 이자 등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중 잔여금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하고, 보유 골프장 유동화로 인한 1000억~2000억원 유입도 예상돼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태영건설이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외담대(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한도도 2500억원가량 된다.

특히 태영건설은 이러한 방법으로도 유동성 부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너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363280)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034120)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채권단은 태영 측에 자금 보충을 요청했을 때 티와이홀딩스나 SBS 지분 담보 등을 제공하지 않으면 워크아웃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