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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후 지하철 시위 재개한 전장연…"3시간 32분 지연"(종합)

황병서 기자I 2022.09.13 14:16:24

27일 만에 출근길 승하차 시위…교통 혼란
2·4·5호선 운행 지연…민자 9호선 2분 늦어
전장연 "19일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 예고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난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4·5·9호선 일대의 승강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국회를 상대로 내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자 반발하는 승객과 시위 참가자, 이들 간의 갈등을 막으려는 경찰까지 뒤엉켰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제36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기자회견을 연 뒤 오전 7시 55분께부터 승·하차 시위를 시작했다.(사진=연합)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제36차 출근길 지하철탑니다’ 기자회견을 연 뒤 오전 7시 55분께부터 승·하차 시위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17일 출근길 시위를 벌인 이후 27일 만이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 5일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북상으로 시위를 연기했다.

전장연은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인권리유보, 장애인권리예산 삭감 규탄, 제3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란 제목으로 지하철 탑승 시위 재개를 알렸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국회에서) 2023년도 기본적인 권리 예산이 반영되게 하려면 36차 승·하차 시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며 “이 사회의 장애인 차별이 끊어질 때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전장연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4호선 삼각지역에서 9호선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했다. 다른 한 팀은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이동하며 시위했다. 회원들은 역마다 내려 옆문으로 다시 승차하거나 출입문에 멈춰 서서 발언하는 방식으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

이 과정에서 4호선 삼각지역 기준 상행선 약 45분, 하행선 약 24분 지연됐다. 2호선은 내선 운행이 약 2시간 5분, 외선이 약 6분 지연됐으며, 5호선은 상행선이 약 12분 지연됐다. 9호선은 개화 방향으로 약 2분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총 3시간 32분이 지연됐다”며 “열차 운행이 2시간 넘게 지연된 것은 지난해 2월 10일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삭감을 규탄하며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
이날 현장에서는 전장연과 승객들 간의 갈등이 벌어졌다. 승객들은 “(직장에) 늦으면 책임질 것이냐”, “시민이 오냐오냐하니까 우습게 보이냐”, “한두 번 해야지”, “용산 앞에 가서 해라”라고 항의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죄송하지만 이해해달라”며 “시민 여러분이 정치인과 대통령에게 한 번만 말해달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전장연의 열차 운행 방해 불법 시위로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며 “상당 시간 지연될 수 있으니 바쁜 손님은 1호선이나 공항철도 등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달라”고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시위 후 국회의사당역 내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오는 19일에도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다음 주 월요일이면 1984년 ‘서울 거리에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서울시장 앞으로 남기고 자살한 김순석 열사의 기일”이라며 “이날에 맞춰 지하철 승차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와 도로점거 시위와 관련해 수사하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총 27명이 수사대상으로 이 가운데 4명 조사를 했고, 나머지에 대해서 2·3차 출석 요구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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