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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들 19마리 학대" 신상공개 청원 20만↑…공개 여부는?

권혜미 기자I 2021.12.29 14:08:02

재직 중이던 공기업에선 '보직 해제'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푸들 등의 개 19마리를 입양해 잔혹하게 학대 살해한 40대 남성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원이 20만 명이 넘는 인원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답변을 받을 조건은 충족됐지만, 현행법상 신상 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엔 가해자 A씨의 엄벌을 요구하며 신상공개에 동의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동물학대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학대 후 살해한 개 사체.(사진=군산길고양이 돌보미 공식 인스타그램)
청원인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이런 잔혹 범죄의 피해자가 더 이상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며, 동물 보호법이 강화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먹을 것과 주인밖에 모르는 예쁜 강아지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해당 청원은 29일 오후 2시 기준 20만 2000명이 넘게 동의했다.

공기업 직원인 40대 남성 A씨는 전북 지역으로 발령된 뒤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1년간 군산에 있는 사택과 경기도 자택을 오가며 전국 각지에서 소형견들을 입양했다.

푸들 16마리 등을 포함해 총 개 19마리를 입양해 학대하고 죽인 뒤 유기·매장한 혐의를 받는 A씨는 개들을 물속에 넣어 숨을 못 쉬게 하거나 불로 화상을 입히고 흉기로 때리는 등의 충격적인 고문을 행했다.

개들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두개골·하악 골절, 신체 곳곳의 화상 등 다양한 학대 흔적이 나타났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A씨의 범행은 그에게 개를 입양 보냈던 견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며 처음 알려지게 됐다.

차은영 군산길고양이돌보미 대표가 그를 경찰에 신고하며 체포할 수 있었고, 당시 A씨는 경찰 조사 과정 중 심신미약과 정신질환을 이유로 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A씨가 다니던 공기업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A씨는 보직 해제된 상태이며, 현재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20만 명이 넘는 인원의 청원 동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A씨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은 낮다.

2010년 ‘특정 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피의자 신상 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법률상 ‘동물보호법 위반’은 관련 법에서 규정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현행법상 신상공개 검토 대상이 아니라”면서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신속하게 수사해서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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