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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규제는 상상력 규제"..게임규제개혁공대위 발족

이유미 기자I 2013.11.21 15:05:01

21일 서울 광화문서 발족식 개최
"4대 중독법은 게임 뿐 아니라 문화산업에도 영향"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과거 영화, TV를 보기 어려웠을 때는 만화가 유일한 문화 오락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만화를 사회악으로 여기고 어린이날만 되면 학부모들이 만화책을 불태웠다. 일본은 만화산업이 발전할 동안 우리는 규제에 묶이고 상상력도 묶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만화산업 진흥법이 생기고 있다. 지금의 게임산업을 보면 만화산업과 비슷하다.”

21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게임규제개혁공대위)’ 발족식에서 게임규제개혁공대위원장을 맡은 만화가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4대 중독법’을 비롯한 게임 규제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게임 중독법을 저지하고 문화콘텐츠 전반에 걸친 규제 개혁을 위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우리만화연대, 문화연대, 한국게임학회 등 22곳의 게임, 문화예술, 시민사회단체가 뭉쳐 게임규제개혁공대위를 발족했다. 이들은 향후 1인 시위, 정기포럼, 정책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신 의원이 발의한 4대 중독법은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에 술, 마약, 도박,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중독 유발 물질로 분류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게임 및 미디어콘텐츠도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국가중독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게 된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게임 규제에 대한 반대 발언이 이어졌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일명 ‘신의진 발의법’은 게임 규제가 아니라 문화콘텐츠 전체에 대한 규제라고 우리는 판단했다”며 “이는 게임뿐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유튜브 콘텐츠 등 확대하면 케이팝까지 규정하고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권금상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학부모들을 만나 보면 우리 아이들이 게임 하는 시간에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가 놀이 자체를 죄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다면 중독법이 아닌 수면권 확보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4대 중독법은 헌법상 기본법으로 지정된 표현의 자유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적으로 통합된 중독 관리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법 자체는 나무랄 데 없지만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 싸움이 있다”며 “술, 마약, 도박에 대한 해악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그 물질 자체에 해악성이 있지만, 인터넷게임 및 미디어콘텐츠 자체에 해악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미디어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한 수많은 소통의 행위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 표현물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표현물 중독을 단속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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