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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첨단바이오 지원은 커녕 족쇄로 전락한 첨생법”

류성 기자I 2020.10.06 11:00:37

과거 허가받은 모든 첨단바이오 의약품 재허가 의무화
업계 “18년 탈없이 팔던 제품도 재허가 받아야”
1개 의약품 재허가 소요비용 10억 넘어 업계 큰 부담
업계 "첨단바이오 발전 막는 백해무익한 악법"
1년 이내 재허가 받으려면 시간 부족해 불가능

[이데일리 류성 기자] 정부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오히려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이 법안은 당초 중점을 두던 첨단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지원책은 철저히 배제하고 규제만 대폭 강화하는 것으로 결국 결말이 났다”면서 “이 법은 오히려 없애는 것이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성 확보 및 기술 혁신을 도모하고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ㆍ유효성 확보 및 제품화 지원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주축이 돼 추진해온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지난달 28일 발효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첨단재생바이오법을 ‘백해무익’한 법안이라며 항변하고 있는 배경의 한복판에는 이 법률의 부칙 제2조 2항이 자리한다. 이 조항은 “이 법 시행당시 약사법에 따라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해 품목허가 또는 수입품목허가를 받은자는 품목허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적시하면서도 “다만 이 법 시행후 1년 이내에 식약처장에게 다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있다. 기존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아 정상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라도 모두 1년 이내에 식약처로부터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품목수는 모두 15개에 달한다.

특히 이 조항으로 인해 업체들은 기존에 허가받아 아무런 문제없이 멀쩡하게 판매하고 있는 세포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재허가 준비를 하느라 1개 제품당 평균 10억원 이상 비용을 들여야 하는 처지에 직면했다. 대부분 첨단바이오 의약품업체는 바이오벤처들이어서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은 경영상황이기에 부담이 클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존 판매하던 첨단 바이오의약품을 1년 이내에 식약처로부터 재허가를 받도록 한 법조항 때문에 첨단재생바이오법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악법으로 전락했다”면서 “이 조항을 폐지하고 의약품의 신속승인등 산업 발전의 측면을 대폭 보강하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에도 걸맞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재허가 준비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어 기한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재허가를 받으려면 의약품을 규격에 맞게 생산하고 있는지 여부, 의약품의 유해성 관리 계획의 타당성, 의약품 등의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GMP)준수 여부 등을 업체가 사안별로 꼼꼼하게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실제 국내 대표적 세포치료제 업체인 테고사이언스(191420)의 경우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시행되면서 10년 넘게 판매해오던 화상 세포치료제 ‘홀로덤’과 ‘칼로덤’ 등 3개 세포치료제 제품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난국에 처해있다.

이 업체는 기존에도 매년 이들 제품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받는 재심사를 받고 판매를 계속해 왔다. 이번에 첨단재생바이오법이 발효되면서 재허가를 받더라도 예전처럼 재심사는 별도로 받아야 한다. 요컨대 동일한 의약품에 대해 식약처로부터 서로 다른 의약품 재허가를 획득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테고사이언스 관계자는 “1개 제품당 재허가를 준비하려면 최소 10억원 가량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데다 1년내 재허가 서류를 제출하는 것은 프로세스상 불가능하다”면서 “길게는 18년 동안 아무 이상없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 대해 재허가를 다시 받으라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여기에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를 추가로 둔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업체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복지부장관과 식약처장이 임명하는 20명 이내 심의위원으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평가사항등을 심의하는 것 등이 주 업무여서 기존 식약처 업무와 중복될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 추가로 신설되는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는 결국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인허가 과정을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면서 “식약처가 위원회에 첨단바이오의약품 인허가와 관련한 책임을 떠넘기는 행정조치이며 결국 산업발전을 저해하게 된다”고 항변했다.

업계의 이러한 반발에도 식약처는 이 법안이 발효하면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시행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질 및 안전관리를 강화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희귀·난치질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료: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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