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 유탄으로 금융권에서 영향을 받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저축은행 업권는 망중한의 한 때를 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로 해외송금 서비스가 있으나, 시중은행과 해외송금 핀테크사들과의 경쟁력 면에서 밀려 진출하지 않은 것이 전화위복으로 되돌아 오고 있는 셈이다.
|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경우 환전 서비스에만 주력하고 있어 러시아발 타격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2월부터 선보인 환전 서비스 ‘환전지갑’은 해당 저축은행 모바일 뱅킹 앱 ‘사이다 뱅크’에서 환전을 신청하면,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식이다. 환전 대상국가도 미국, 일본 등 12개국에 국한돼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들이 해외송금업 진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19년 기획재정부가 ‘규제입증책임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규제 완화를 해준 덕분이었다. 규제입증책임제란 과도한 규제를 없애고자 공무원들이 정뷰 규제가 있어야 할 필요성을 스스로 입증해보고, 그게 안 되면 규제를 없애는 일종의 ‘규제 자아비판’ 제도다. 이 때문에 자산 규모 1조원이 넘는 우량저축은행들을 대상으로 해외송금 업무가 가능해졌다. 대상 저축은행으로는 79개 저축은행 중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 26개 사 등이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저축은행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시중은행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는데 굳이 진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이요하는 사람 대부분이 시중은행에 방문할 가능성이 커 사업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주거래 비중이 거의 없는 저축은행이 외화 보유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이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해외 송금 사업을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전산개발, 인력 투입이 필수적인데, 이와 관련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지 않다”며 “특히 중앙회 전산을 쓰고 있는 입장에서 이익이 크게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해외송금 사업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