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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안에 현금 4억?’ 호화라이프 즐기는 고액체납자 잡는다

조용석 기자I 2023.05.23 12:01:49

대형 세수펑크 우려에 세무조사 강도 높인 국세청
합유 등기, 허위 근저당 설정한 악성체납자 주요 타깃
복권 당첨 후 세금 안내려 가족계좌 이체 및 현금인출
체납자 재산 수색하자 명품가방·신발 수백점 적발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사례1. 종합소득세 고액 체납자인 A씨는 세금을 낼 돈이 없다고 버텼으나 최근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하지만 전혀 세금을 낼 생각이 없던 A씨는 로또 당첨금을 가족 계좌로 이체하고 일부는 현금·수표로 인출하면서 은닉했다. 국세청은 당첨금 수령계좌 압류하는 동시에 은닉 자금에 대한 재산추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례2. 호텔·골프장을 운영하던 B씨는 법인·부가세 수십억원이 체납되자 법인을 폐업하고 가족명의로 동종사업을 계속하는 꼼수를 썼다. 국세청은 10회에 걸친 잠복·탐문 끝에 B씨가 배우자 명의 고가주택에 거주 중인 것을 찾아내 현금·외화 1억원과 미술품 수십점을 압류해 총 4억원을 징수했다.

국세청 조사관들이 고액체납자 자택을 수색해 명품 가방 등을 압류 후 정리하는 모습(사진 = 국세청)
23일 국세청은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변칙적 수법을 동원해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557명(체납액 3778억원)을 선정하고 이들에 대한 재산추적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주요 타깃은 부동산 합유 등기를 악용하거나 거짓 채권·채무 계약을 맺고 허위로 근저당을 설정하는 악성 체납자 135명이다. 2인 이상이 조합을 만들어 부동산 등을 소유하는 합유의 경우 세무당국이 압류가 제한되는 점을 노린 꼼수다. 이외에 지역주택조합 분양권을 취득한 체납자도 90명, 고액 복권에 당첨됐음에도 세금을 회피한 36명 등도 국세청의 주요 조사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들 261명을 재산추적조사 대상자로 선정 후 강제징수를 추진해 현재 103억원의 체납세금을 현금징수·채권을 확보했다. 합유 부동산을 이용한 재산은닉에 대해서는 부동산 양도대금에 대한 금융거래 확인 내역하고, 고액복권 당첨자의 경우 복권 수령시 원천징수 내역을 파악해 적발했다.

재산을 숨기고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고액체납자 296명도 올해 국세청의 주요 추적조사 대상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체납자의 생활실태와 동거가족의 재산내역 등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고액체납자를 적발하고 있다.

김동일 징세법무국장이 23일 세종 국세청 기자실에서 변칙적 재산은닉 집중 추적조사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국세청)
실제 국세청은 고액체납자의 실거주지 수색을 통해 에르메스·샤넬 등 명품가방과 구두 등 수백켤레, 다수의 귀금속과 고가 외제차량을 압류했다. 또 고령의 체납자가 자녀명의 주택에 실거주하는 것을 확인해 휴지·담요 등으로 숨겨놓은 개인금고에서 현금 4억원을 징수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재산추적조사를 통해 2조 5629억원의 현금징수 및 채권을 확보했으며, 이중 악의적 체납자 412명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은 강제징수를 회피하며 호화생활을 하는 고액체납자에 대해서 숨긴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여 징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이 강도높은 재낙은닉 고액체납자 조사를 예고한 것은 올해 3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이 확실시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세청장 및 관세청장과 합동회의를 열고 체납세액 징수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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