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언은 비공개 토론 시간에 있었는데, 한 참석자는 “어딘지 모르게 슬픈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고, IT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정치인들이 틀린 팩트로 뭐라 해도 그저 맞고 견디며 다음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건가”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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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야를 떠나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부르기 위해 경쟁하거나, 잘못한 사실로 문제를 제기하고도 기업에서 해명자료를 내면 그것까지 문제 삼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정부 규제가 센 업종일수록, 기업들은 바른 말(팩트 정정)도 못하고 주눅이 들거나 애써 소나기(국감시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속을 태운다.
게임업계 대표 선수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정치가 때리면 맞으면서 견뎌야”라는 발언은 현재 대한민국 기업인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날 김 사장은 “게임 산업은 디지털 배우(Actor)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조직도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엔씨소프트는 내부경쟁시스템을 통해 구성원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내부에서 구성원 스스로가 서로 스카웃하고 팀을 만들어 경쟁한다”면서 “그러면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경쟁에서 낙오된 사람들은 회사의 시스템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 복귀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것이 복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신한 직원에게 출퇴근 택시 무료 이용 같은 걸 지원하는 것도 복지이지만, 개인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회사가 도와주는 것 역시 복지라는 의미다. 엔씨소프트처럼 ‘첨단 기술로 디지털 배우를 만드는 회사’에는 인재를 키워 이들간 경쟁을 통해 상승효과를 내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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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을 대하는 50대 사업가의 느낌도 전했다. 그는 1967년생이다. 김 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을 G Generation이라 부르는 데 개인적으로는 이들을 ‘애늙은이’라고 부른다”면서 “엄청나게 검색(Search)하고, 학습하면서 지식의 양이 이전 세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세대들은 가르치려 들지 말고, 어떻게 그들을 수용할 것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기업과 정치인, 미래 기업의 복지시스템, 요즘 젊은이와의 소통법에 대한 생각이, 국민의힘 의원 등 정치권에게 현재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일깨웠을까.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