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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에 유럽 경제엔진 獨까지…세계 경제에 드리운 침체 그림자

방성훈 기자I 2022.08.16 11:35:52

美,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기술적 경기침체"
中 2분기 2.6% 역성장…유럽 성장엔진 독일도 제자리 걸음
인플레 Vs 중앙銀 긴축…침체 우려속 아슬아슬한 줄타기
"선진국 경기침체 길어지면 세계 경제도 성장동력 잃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의 경제엔진 독일까지 올해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해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진=AFP)


1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이코노미스트는 올 2분기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이 정체 또는 뒷걸음질친 탓이다.

미국은 올 2분기 전분기대비 -0.9% 성장률을 기록, 1분기(-1.6%)에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다.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도 전분기대비 2.6% 큰 폭으로 감소했다. 유럽의 성장동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의 성장도 정체됐다. 올 2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를 기록, 제자리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국의 GDP는 전분기대비 -0.1% 감소해 5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세계 경제를 견인해 온 온라인·디지털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이는 각종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미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PC와 스마트폰의 4~6월 출하량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5%, 9% 감소했다.

또다른 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종전 13.6%에서 7.4%로 낮췄다. 미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의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10년 내 이 정도의 재고 조정이 있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상품 시장에서도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구리 가격은 15일 기준 톤(t)당 8100달러 전후에서 거래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최고점 대비 무려 30% 낮은 가격이다. 알루미늄이나 니켈 등 공업용 금속의 경우 전쟁 이전 수준보다 최대 20%까지 밑돌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임금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든다. 소비가 감소하면 경제 활력도 떨어진다. 미국의 경우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7월 8.9%로 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이는 가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뿐 아니라, 전력난을 유발해 기업들의 조업일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 역시 40여년 만의 최고 수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경기전망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7일 11년 만에 기준금리를 -0.5%에서 0%로 인상했고, 다음달 한 차례 더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5월(0.5%포인트), 6월(0.75%포인트), 7월(0.75%포인트) 등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끌어올렸다. 시장에선 연준이 3% 후반대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3% 중반을 유지하며 완전고용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인원 삭감에 나서 긴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봉쇄조치와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도 있었지만, 16∼24세 청년 실업률이 7월 19.9%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세계의 공장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닛케이는 “물가 상승이 가계를 압박하고 있고, 이를 억누르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서두르면 경제가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마주하고 있는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들은 그동안 러시아의 저렴한 에너지와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새로운 질서로 이행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미국과 유럽의 침체가 길어지면 세계 경제도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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