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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모친 살해는 우발적"…'세 모녀 살해' 김태현, 법정서 '덤덤'

이용성 기자I 2021.06.01 12:36:19

서울북부지법, 1일 살해 등 혐의 김태현 첫 공판
檢 "피해자에 위협 메시지 보내고 치밀하게 범죄 계획"
김태현 변호인 "동생과 모친은 살해 계획하지 않아"
유족 "살인마를 재판하는 것은 큰 손실" 오열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25)이 첫 공판에서 동생과 모친은 살해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서울 창동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무릎을 꿇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오권철)는 1일 오전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김태현은 덤덤한 표정으로 재판 과정 내내 정면을 응시했다.

김태현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공소사실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가까운 친구였다고 생각한 피해자가 친구들에게 자신을 험담한다고 생각해 배신감과 분노에 이르러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다만, 변호인은 “범행 계획 단계에서 첫 번째·두 번째 피해자를 제압하고 세 번째 피해자를 살해한 후 자신도 자살하려고 했지 첫 번째·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을 하지 않았다”며 우발적인 범행이었음을 주장했다. 앞서 김태현은 A씨의 여동생과 이후 귀가한 모친을 먼저 살해하고 마지막으로 A씨를 살해한 바 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유족은 김태현을 향해 “사람 3명을 죽여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서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다”며 “저런 인간은 앞으로도 이 사회에 나와선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해주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피해자 A씨의 고모는 “뉘우치지 않는 뻔뻔한 모습을 가진 저 인간한테 왜 이런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내 조카를 가슴에 묻어야 하느냐”며 “살인마를 위해 법정에 불러 세워 재판을 거치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다”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유족의 친·인척과 친구 등은 김태현에 엄벌을 처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재판 직후 김태현 측 변호인은 김태현이 어떤 상태냐는 취재진 질문에 “수사 초기부터 5개 혐의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죄책감 때문에 많이 괴로워하고 있고 후회도 하고 있다”고 대변했다. 김태현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날까지 총 4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그는 반성문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피해자 집을 찾아가는 등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까지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 가족을 살해하기 전 흉기와 청테이프·장갑·물티슈 등을 미리 준비하고 퀵서비스 기사처럼 보이려고 배송상자까지 챙기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난 3월 23일 오후 5시 35분쯤 A씨의 집에 찾아가 배송물품을 전달하는 척하며 A씨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후 10시 6분쯤 귀가하는 A씨의 어머니 또한 찔러 숨지게 했다. 같은 날 11시 30분쯤 귀가한 A씨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흉기로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특히 김태현이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범행 현장에 머물러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내용을 삭제하고,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기도 했다.

앞서 김태현은 지난 4월 9일 서울 도봉경찰서 앞 포토라인에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27일 김태현을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 위반죄 등 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음 공판기일은 6월 29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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