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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대’ 한국 여자 축구, 월드컵·AG 이어 올림픽도 고배... 냉정하게 돌아볼 때

허윤수 기자I 2023.11.02 17:31:07

월드컵·아시안게임·올림픽 예선서 모두 목표 달성 실패
콜린 벨호 출범 후 성장 이뤘으나 결과물도 필요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아시안게임·올림픽 예선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황금세대를 자부했던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좌절과 함께 2023년 국제 대회를 마쳤다.

콜린 벨(62)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일(한국시간) 중국 푸젠성의 샤먼 이그렛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중국과 1-1로 비겼다.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한국은 앞선 경기에서 태국(10-1 승), 북한(0-0 무)과 1승 1무를 기록했다. 좋은 흐름이었으나 올림픽으로 가는 관문이 좁은 게 문제였다.

아시아에 배정된 올림픽 진출권은 두 장. 3개 조로 나뉜 조별리그에서 각 조 1위 팀과 2위 팀 중 가장 성적이 좋은 한 팀이 4강을 형성하고 이후 결승에 오른 두 팀만 파리로 향할 수 있었다. 결국 죽음의 조에 속했던 한국(승점 5)은 2위 경쟁에서 C조의 우즈베키스탄(승점 6)에 밀리며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을 노렸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올해 한국 여자 축구에는 굵직한 대회가 많았다. 지난 7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을 시작으로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그리고 파리 올림픽 예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새역사를 쓸 기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전력이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지소연(32·수원FC), 김혜리(33·현대제철) 등으로 대표되는 2010 FIFA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3위 세대와 장슬기(29·현대제철), 이금민(29·브라이턴)이 속했던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 우승 멤버가 나란히 포진했다.

지소연 역시 월드컵을 앞두고 “황금 세대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며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세계의 벽은 높았다. 콜롬비아, 모로코에 연패했고 독일과 비기며 1무 2패의 성적으로 짐을 쌌다.

절치부심한 한국은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도전이라는 목표를 안고 항저우로 향했다. 그러나 콜린 벨호의 여정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8강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 북한에 1-4로 졌다.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25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하며 메달을 따지 못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출발했던 한국 축구에 남은 건 올림픽뿐이었다. 사실 가장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했다. 여자 축구 강호인 북한이 한동안 국제 무대에 나서지 않으며 공식 순위가 없는 상태로 한 조에 묶였다.

여기에 한국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시작된 올림픽 여자 축구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중국에 밀려 본선행이 좌절됐다. 한 번도 가지 못한 길에 도전하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국 여자 축구는 지난 2018년 벨 감독이 부임한 뒤 눈에 띄게 성장했다. 그만큼 많은 투자도 받았다. 이전보다 많은 평가전이 잡혔고 해외 원정 친선전까지 치렀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을 앞두고 벨 감독과 2024년 12월까지 계약을 연장하며 힘을 실어줬다.

여러 긍정적인 요소에도 올해는 성과를 내야 하는 해였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예선 등 큰 대회가 연이어 펼쳐졌으나 목표를 이룬 대회는 없었다. 오히려 세계와의 벽을 느꼈고 아시아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한국 여자 축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당장은 아니나 일부 황금세대 일원과의 결별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케이시 유진 페어(16), 천가람(21·화천KSPO) 등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드러냈다.

벨 감독은 월드컵을 마친 뒤 “지금은 한국 축구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좋은 기량을 지닌 선수가 많지만 30대를 넘었거나 다가오는 선수가 있다”라고 세대교체를 암시하기도 했다.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던 한국 여자 축구의 2023년은 쓴맛만 남겼다. 투자와 관심이 계속되고 더 나아가 커지기 위해선 성과가 필요하다. 벨 감독을 비롯한 여자 축구계가 올해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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