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서로에게 칼끝 겨눴다…깊어지는 公-檢 갈등, 이대로 괜찮나?

남궁민관 기자I 2021.07.22 11:00:01

檢, '공수처 허위 보도자료 작성 의혹' 안양지청 이송…기소 의지 표명
공수처 취재기자 뒷조사 의혹 수사도 '잰걸음'
공수처도 이성윤 공소장 유출·스폰서 검사 수사로 檢에 칼끝
검사 사건 관할권 두고 갈등 지속…'협력 부재'에 거악 척결 차질 우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검사 비위 사건에 대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관할권 갈등이 해결 기미를 좀체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크고 작은 사건들로 서로 칼을 겨누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견제하려는 취지에서 출범한 공수처인 만큼 검찰과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지만, 행여 견제 일변 분위기 속 두 수사 기관 간 소모적인 신경전 양상으로 치닫을 경우 또 다른 공수처의 출범 이유인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서로에게 칼날을 겨눴다.. 갈등 깊어지는 公-檢갈등 왜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연신 서로 칼끝 겨누는 공수처-檢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전날 공수처의 허위 보도자료 작성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이송했다. 이에 공소 제기 등 사건 처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및 수사 외압 의혹(이하 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공수처는 이 고검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제네시스 관용차를 제공하는 등 특혜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에 공수처는 곧장 보도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 역시 허위 논란을 빚으며 수원지검에 고발장이 접수됐다.

김오수(오른쪽) 검찰총장이 지난달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을 만나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공수처)
수원지검의 이번 이송 결정은 이른바 ‘토지 관할’ 때문이다. 토지 관할이란 범죄가 발생한 범죄지 또는 피고인의 주소지 등을 기준으로 어느 법원이 해당 사건을 담당할지 정하는 것을 말하며, 검찰 등 수사 기관도 그 관할 법원에 대응하는 곳이 맡게 돼 있다.


공수처가 정부과천청사 내에 위치한 만큼 토지 관할인 안양지청에 공소 제기 등 권한이 있다. 즉 수원지검은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직접 기소할 수 없다. 수원지검의 이번 이송 결정에 대해, 문상호 전 대변인 등 공수처 관계자들을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안양지청은 공수처가 이 고검장 특혜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취재기자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도 맡고 있다. 지난 4월 1일 TV조선의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인 같은 달 6일 공수처 수사관들이 정부과천청사 폐쇄회로(CC)TV 관리인들을 찾아가 기자들이 CCTV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경위를 파악해 갔다는 것이 고발의 주요 내용이다.

이에 맞서 공수처 역시 검찰에 바짝 칼을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다.

공수처는 김학의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 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을 맡아 검찰 내 유출 혐의자를 찾고 있다. 또 장모 광주지검 해남지청 검사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소액 사기 사건을 늦장 처리하다가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돼 ‘공소권 없음’으로 무혐의 처분한 사건, 지난 2016년 3~9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전관 변호사로부터 수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총 4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에 돌입했다.

“공수처-檢 견제 자체는 바람직…협력은 어디에?”

두 수사 기관 간 서로를 향한 수사는 상당히 의미 있는 행보란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들은 혐의나 처벌 수준으로 봤을 때 하찮은 사건으로 볼 수 있지만, 공수처가 갖는 영향력과 특혜 대상 및 뒷조사 대상이 가진 정치·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하면 절대 작지 않은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검사 사건들에 대해서도 “검찰 내에서 사실 크게 문제삼지 않거나 쉬쉬했던 피의사실 공표나 공소시효를 넘긴 검사에 대한 징계, 스폰서 검사 등 관행들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봤다.

문제는 견제만 있고, 협력은 없다는 점이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헌법소원심판 결과 공수처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공수처에 검찰과 “상호 협력적 견제 관계”를 확보하라는 과제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공수처는 이미 검찰과 이첩 기준을 놓고 끝 모를 갈등을 빚고 있는 마당으로, 법조계에서도 ‘합리적 견제’ 수준을 넘은 ‘기세 선점 경쟁’이라는 평가 절하까지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공수처 여건이 안돼 검찰에 사건을 이첩한 뒤 수사가 끝나면 공수처가 다시 넘겨받아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다가 검찰의 거센 반발로 현재까지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첩을 두고 갈등을 빚는 사이 공수처와 검찰은 ‘김학의 사건’에 연루된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김형근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에 대한 사건을 중복 수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검사 비위 사건 이첩을 놓고도 공수처법상 ‘범죄 혐의의 발견’이라는 기준에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다른 해석을 내리며 대치 중이다. 검찰은 이를 혐의 입증으로 좁게 해석해 불기소 결정시 공수처에 이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공수처는 혐의 입증의 단서만 발견돼도 이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공수처에 요구되는 한 역할인 검찰 견제 측면에서 두 수사 기관 간 서로 칼을 들이대는 상황은 사실 당연하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협력 없이 견제만 계속되다 보면 이를 틈타 빠져나가려는 ‘살아 있는 권력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와 검찰 간 대립 구도 프레임이 점차 확고해지는 데에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 교수는 “공수처는 논의 과정에서부터 잘못됐다. 검찰만을 견제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검찰과 더불어 권력형 비리 범죄를 수사하고 척결하기 위한 기관”이라며 “대립만 할 것이 아니라 검찰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향후 공수처의 순기능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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