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108편] 성공한 위기관리는 아무도 모른다

이성재 기자I 2019.12.31 15:49:5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주제와 관련 언론 인터뷰를 할 때 기자가 매번 질문하는 것이 있다. “전문가 시각에서 가장 성공한 위기관리는 어떤 회사의 것이었습니까?” 사실 위기관리 교과서에서도 다양한 위기관리 성공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고, 왜 각각이 성공적이라 평가되는지 이유도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다. 성공의 이유를 찾아 배우라는 취지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답한다. “진짜 성공한 위기관리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즉, 아무도 모르는 위기관리라 진짜 성공적 위기관리입니다.” 이 말은 일단 위기가 발생해 여러 대중에게 알려지고, 대중이 그에 대한 잘잘못을 공개적으로 따지는 상황이 되면 일단 그 위기관리는 기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는 의미다. 진짜 성공한 위기관리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평가할 수도 없는 것이다.

만약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위기는 발생되어 수면에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대중에게 넓게 알려지지 않는다. 대중에 의한 공개적 평가와 그들의 다양한 입장조차 형성되지 않는다. 회사의 주변 경영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그 상황은 위기라고 정의되기도 어려운 것이 된다.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위기는 터져 수면위로 떠오른다. 곧 여러 대중에게 골고루 알려지고, 그들 사이에서 부정적 평가와 입장들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회사는 자사 경영에 막대한 피해를 받는다. 이것이 위기다.

사후 그런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여 자사에게 향한 피해를 최소화 그리고 단기화 시켰느냐 하는 것은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에 대한 이야기다. 즉, 시중에서 언급되는 위기관리 성공사례들은 일단 위기가 발생해 알려진 뒤 해당 회사가 자신에게 향한 데미지를 얼마나 잘 관리했는가에 대한 평가다.

물론, 데미지 컨트롤이 의미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 해 대형 위기를 발생시킨 회사가 사후 데미지 컨트롤도 똑같이 못해 피해를 더 키우고 장기화하는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흥미롭게도 위기관리를 못하는 회사는 사후 데미지 컨트롤도 제대로 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이 그간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위기. 그 수나 빈도는 얼마나 될까? 일선에서 여러 기업들과 위기관리를 진행하며 목격한 바에 의하면, 알려지지 않은 채 관리되어 버리는 위기는 반대로 알려져 관리에 실패한 위기의 수보다 훨씬 많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미처 알려지지 않은 위기를 관리하는 기업과 실무자들은 많다. 그들이 제대로 된 판단과 의사결정 그리고 실행 대응을 하기 때문에 그 위기는 더 이상 커지거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발생 전에 다양하고 끈질긴 위기관리를 진행해 그 위기를 소멸시키는 노력은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고 상시적인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업 내부에서는 매일 매일이 위기관리의 순간이다. 의사결정 하나 하나가 대부분 위기관리를 위한 것이다. 당연히 실무자의 여러 활동도 위기관리를 위한 실행이다. A라는 기업과 관련하여 상당기간 알려진 위기가 아무 것도 없었다면, A사는 적절하게 위기를 관리해 왔다는 의미다. 반면, B라는 기업의 경우 짧은 기간에도 여러 번의 알려진 위기가 줄을 이었다면, B사는 제대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약간 착각을 하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자사 스스로 별반 위기를 관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외부로 알려진 위기가 없는 경우 자사가 위기관리를 잘하고 있다 착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착각이다. 이런 경우는 대중이 해당 기업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의미를 만들지 못한 기업에게는 사실 큰 위기란 있을 수 없다. 그런 기업에게는 위기가 곧 재앙이다. 십년간 아무런 위기가 없었다고 안심하다, 한 순간 위기로 회사와 대표이사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와 같다. 대중의 인지나 이해관계를 형성하지 않았던 기업에게 ‘위기’란 없다. ‘재앙’만 있을 뿐이다. 위기관리를 할 체력도 되지 않고, 데미지 컨트롤 할 맷집도 없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이런 상태에서 위기나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은 엄청난 착각일 뿐이다.

성공한 위기관리는 정상적 기업에서는 상시적인 것이다. 불철주야 위기를 관리하며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와 실무자들은 수 없이 많다. 그런 노력 때문에 기업은 성장하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렇듯 위기관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낯선 것도 아니다.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면 된다. 위기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 박수를! (이번 편이 위기관리 108수 마지막 편입니다. 지난 2년여간 성원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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