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부·술 없는데 유흥업?”…정부 지원책에도 콜라텍은 ‘눈물’

박순엽 기자I 2020.09.23 11:00:00

‘유흥업’으로 지정된 콜라텍 “우린 영세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혜택 등에서 배제돼 여타 업종보다 ‘열악’
200만원 지원 결정에 “실질 피해액보다 훨씬 적어”

정부는 우릴 버렸다 콜라텍 업주의 눈물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콜라텍을 운영하는 고재철(59)씨는 요즘 집 대신 가게 한 편에 놓인 의자 위에 누워 밤을 새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콜라텍 영업이 막히자 생활비 문제로 가정에 불화가 생긴 탓이다.

고씨는 “집에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가게 문을 열지 못해 생활비를 못 주니 집에 들어갈 면목이 안 선다”면서 “돈 한 푼 못 버는데, 가게 임차료부터 전기 기본료, 건물 관리비까지 돈이 새어나가는 구석은 수십 곳”이라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콜라텍에 불이 꺼져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유흥업’ 콜라텍, 영업 금지에 소상공인 지원도 없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탓에 약 6개월간 가게 문을 열지 못한 콜라텍 업주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장기간 영업을 하지 못하면서 생계에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콜라텍이 ‘유흥업’으로 묶여 더 큰 규제를 받는데 반해 정부 지원 대상에서 그동안 배제됐던 터라 업주들의 분노는 더욱 들끓고 있다.

업주들은 체육시설로 등록된 댄스학원과 다를 바가 없는 콜라텍이 유흥업으로 묶인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콜라텍은 장·노년층이 모여 단순히 춤을 추는 곳으로, 음식·술이 반입되지 않아 유흥업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고씨는 “어르신들이 건전하게 춤을 추는 곳이어서 다른 유흥업소와 달리 거리두기 수칙도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토로했다.

고씨는 이어 “가게가 500평대인데, 월 1400만~1500만원 임차료가 나온다”면서 “기본 전기료, 건물 관리비 등을 더하면 문을 닫은 기간 손해는 1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상황이 심각하지만, 정부가 콜라텍을 유흥업으로 규정한 탓에 업주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나 대출 혜택도 전혀 보지 못한다”고 성토했다.

또 1인당 입장료로 받는 1000~2000원으론 수지가 맞지 않다 보니 보통 콜라텍 업주들은 가게 옆에 조그마한 일반 음식점을 차려 수익을 남겨왔는데, 요즘 이마저도 폐업 상태다. 고씨는 “일반 음식점 허가를 따로 받은 상태라 콜라텍 옆 음식점에선 영업할 수 있지만, 춤추는 손님이 없으면 사실상 찾는 이가 없어 영업이 아예 안 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또 자신과 같이 콜라텍을 운영하는 업주들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씨는 “평소 하루 300~400명이 찾던 콜라텍에서 임차료, 전기료, 직원 월급 등이 나가고 나면 사장으로서 가져가는 금액은 월 200만원 남짓”이라며 “인터넷에서 ‘평소 준 중소기업에 이를 만큼 돈을 많이 벌지 않았느냐’는 글을 봤을 땐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콜라텍엽합회 콜라텍 업주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콜라텍 연합회 사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보상안 마련” 국회 앞 목소리…200만원 지원에도 ‘한숨’

결국 고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콜라텍 업주들은 한 데 모여 정부와 국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전국콜라텍연합회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라텍엔 접대부나 술도 없는데 유흥업소로 지정됐다”며 “지금까지 정부 방침에 따라 문을 닫아왔지만, 이젠 손실이 너무 커져 버틸 수 없다”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콜라텍은 지방자치단체마다 각기 다른 업종으로 등록되는데, 이를 통일해 체육시설로 등록하게끔 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손해를 입은 부분을 조사해 실질적인 보상을 하고,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으로 문을 닫은 만큼 그 기간에 따른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강명구 연합회장은 “전국에 콜라텍이 500여곳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거친 후 350곳 안팎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업소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나 철거비만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다 보니 아예 가게를 포기하고 잠적해버리는 업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업주들이 밀린 임차료와 빚에 허덕이는 상황인데, 정부도 이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콜라텍 등 집합금지업종에 대해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콜라텍 업계는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강 회장은 “업소당 손해액이 최소 수천만원인데, 지원금 200만원은 말도 안 된다”며 “정부가 합당한 보상안·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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