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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90조 몸값’ 쿠팡…미국 프레젠테이션에 3가지 있었다

박종오 기자I 2021.04.07 11:00:17

쿠팡의 기관 투자가 대상 PT 자료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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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기업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90조원이다. 상장 첫날 공모가는 주당 35달러였으나 현재 주가는 40달러대 중반을 오간다.

미국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금 주가도 낮다고 봤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 등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에릭 차 애널리스트는 쿠팡의 목표 주가를 62달러로 잡고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주가가 지금보다 무려 30% 넘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관 투자가들을 이처럼 ‘혹’하게 만든 쿠팡의 매력은 뭘까?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현지 투자 설명회에서 사용한 51장짜리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보면 그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외국 투자자에 쿠팡의 성장, 비교우위, 자체 솔루션 강조

(그래픽=김정훈 기자)
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PT 자료는 화려하지 않고 간결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엔 크게 3가지 강조 포인트가 있다. 우상향과 비교 우위, 그리고 솔루션(해법)이다.

먼저 우상향. 쿠팡은 처음부터 한국 이커머스 시장과 회사의 빠른 성장세를 전면에 내세운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막대 높이가 쑥쑥 올라가는 우상향 그래프를 주로 활용했다.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고서 첫머리에도 비슷한 그래프를 넣었다. 최근 3년 새 회사의 분기 매출이 4배 수직 상승했다는 내용이다. 성장 잠재력이야말로 투자자를 사로잡기 위해 쿠팡이 가장 강조하는 요소인 셈이다.

상장 신고서에 담기지 않은 내용도 있다. 바로 비교 우위다. 쿠팡은 PT에서 쿠팡이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다른 이커머스 기업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쿠팡이 네이버(035420), 11번가, 지마켓, 옥션 등 경쟁 기업이 따라잡을 수 없는 물류와 배송 인력·인프라 등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아마존처럼 쿠팡도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 PT 자료. 매출과 이익 증가세를 강조한다. (자료=쿠팡)
쿠팡 PT 자료. 국내 이커머스 기업 대비 쿠팡의 경쟁력을 설명한다. (자료=쿠팡)


사진 스토리텔링 ‘눈길’…“中기업의 미 증시 퇴출 반사이익” 해석도

눈에 띄는 것은 쿠팡 PT의 뒷부분에 담긴 다수의 사진 자료다. 한국 유통 시장의 과제와 쿠팡이 마련한 해결책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엮었다.

예를 들어 밤 10시 인파가 붐비는 서울 도심 사진을 보여주며 외국보다 노동 시간이 훨씬 긴 한국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쁜 한국인을 위한 쿠팡의 새벽·당일 배송 서비스를 소개한다.

한국에는 미국의 UPS 같은 글로벌 물류회사가 없는 탓에 재고 보관, 택배 배송 등 공급망의 비효율이 크다는 점도 몇 장의 직관적인 사진을 통해 지적한다. 쿠팡의 최대 강점으로 ‘배송 혁신’을 앞세운 것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쿠팡의 물류·배송망을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운 ‘경제적 해자(진입 장벽 또는 독점적 지위)’로 평가하며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쿠팡이 글로벌 투자기관으로부터 높은 몸값을 인정받은 이유를 기업 본연의 경쟁력과 홍보 효과 외의 다른 요인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고위 임원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중국 상장사 퇴출이 추진되며 그 빈 자리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을 등에 업은 한국 기업 등이 채우는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쿠팡 주식의 적정 가치 평가도 다소 엇갈린다. 도이체방크와 미즈호증권은 쿠팡의 목표 주가를 46달러, 50달러로 각각 제시했다.

미즈호증권은 “쿠팡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우호적이지만 더 매력적인 진입 시점을 기다리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현재 쿠팡 주가가 회사의 실적에 비해 비싼 고평가 상태라는 이야기다.

쿠팡 PT 자료. 한국의 부족한 신선 식품 배송망을 지적한다. (자료=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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