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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고개를 들 수가 없다"...'라면 형제' 동생 빈소 다녀와

박지혜 기자I 2020.10.23 12:03:5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인천 라면 형제’ 중 숨진 동생의 조문을 다녀왔다고 밝히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3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린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가 심한 화상을 입고 입원한 일이 있었다. 그 형제 중 끝내 숨진 동생의 빈소에 제가 어젯밤에 조용히 조문을 다녀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국민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지금까지도 모르겠고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돌봄과 안전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참담한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행 돌봄 체계에서 지자체, 지역사회 등이 맡은 역할을 점검하고 확실히 보완해 돌봄의 실효성을 높여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이런 문제의 기본에는 빈곤 문제가 놓여있다. 절대 빈곤을 해결하고 빈부 격차를 완화하는 강력한 포용 정책이 더욱 절실해졌다. 민주 연구원 내에 구성하기로 한 ‘신복지 체계 연구기구’가 빨리 가동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이 대표가 언급한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화상을 입었다. 각각 10살, 8살인 형제는 코로나19이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형제 중 동생은 지난 20일부터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21일 오후 4시쯤 사망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미추홀구 형제 화재 참사TF’ 위원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형제 중 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민주당의 양향자 최고위원은 ‘라면 형제’를 언급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형제 어머니의 책임은 철저히 따져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공동체와 국가가 면책되진 않는다”며 “두 아이를 키운 엄마, 국회의원, 여당 지도부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배고픔을 견뎌야 했던 아이들의 삶의 무게가 마음을 아프게 짓누른다”고 말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은 당시 최고위 전날 끝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라면 형제’와 같은 현안 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에 질의가 쏠린 점을 들어, “국무위원(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송구하고 참담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학교, 공무원, 경찰이 힘을 모아 취약상황에 놓인 아이들의 실태를 시급히 파악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이를 위한 계획과 재원을 담당하고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아이들을 챙기자”며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고 당부했다.

양 최고위원은 비보를 접한 뒤 SNS에 “머릿속이 멍하다”며 “두 형제가 있어 위기가정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할 수 있었고, 긴급하게 추경 예산도 반영할 수 있었지만 또 이렇게 작고 여린 생명 하나를 허망하게 보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미안하다. 하늘에서는 부디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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