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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안전해"…금 투자에 빠진 중국 MZ세대

이소현 기자I 2023.12.06 13:52:24

중국 경기침체 영향 탓 '안전자산' 금에 몰려
올해 1~10월 중국 금 소비 전년比 12% 증가
"과거 노년층서 금 구매, 최근 젊은층 관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중국에서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는 연령층이 점점 더 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의 한 주얼리 매장에서 한 직원이 금 장신구를 들고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중국 베이징에서 한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린다 리우(26)씨는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고용 시장이 그다지 좋지 않다”며 고용 안정성에 대해 걱정하면서 “결혼식 예물로 다이아몬드 대신 금 장신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서 금의 인기는 고공 행진이다. 금은 올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비재 중 하나였는데 최근 중국의 소매 통계를 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했다. 중국 금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의 금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증가했다. 금 장신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 늘었으며, 금괴(골드바)는 16% 급증했다.

특히 중국 젊은층에서 금에 대한 관심도가 크다. 순금 주얼리 제품을 판매하는 주대복(CHOW TAI FOOK)이 발표한 중국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18~40세 소비자 70%가 순금 주얼리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켄트 웡 주대복 전무이사는 “중국이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금 소비국이었지만, 전통적으로 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나이가 많았다”며 “최근엔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층에서 금 주얼리를 구매하기 시작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도 금 투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SNS 사용자들은 450~550위안(63~77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1g정도의 적은 양의 금이 들어간 제품도 추천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한 주얼리 매장에 금 장신구들이 진열 돼있다.(사진=로이터)
이처럼 중국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중국의 부동산과 주식 시장 불황, 위안화 약세 등 전반적인 경기침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낮은 은행 금리도 한몫하는데 중국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약 1.5~1.8% 사이이며,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베이징에 사는 대학생 나디아 치(21)씨는 생필품에 지출하는 비용을 최대한 절약해 올 들어 골드바와 금 보석류에 2000달러 이상 투자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믿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금에 투자하는 것뿐”이라며 “예금 금리가 너무 낮고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건 너무 위험해 1년에 최소 20g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후난성 출신의 회사원 양모(28)씨도 “위안화 가치가 계속하락하고 있고, 금융 투자는 너무 위험하고,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실망스럽다”며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은데 금은 현재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젊은층에서 금 투자를 선호하는 추세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제상황이 코로나19 봉쇄 이후 예상했던 것만큼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최근 금 가격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지난 1일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약 31.1g)당 2071달러를 기록해 종전 역대 최고치인 2020년 8월 2051.50달러를 넘어섰다. 금값은 올해 들어 11% 상승했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글로벌 금 현물 가격 상승의 원동력으로 세계 최대 금 구매국인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크 로이젠 디지털 럭셔리그룹 컨설팅 담당은 “중국에서 소득도 부동산도 주식 시장도 그다지 상승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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