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미국in]美증시 투자자들, 해외로 눈 돌리는 까닭은

이준기 기자I 2020.09.16 11:00:34

S&P500 올해 3% 상승?…모든 주식 동일 가중치 매기니 '6% 하락'
5대 기술주, S&P 전체 시가총액의 20%…"대부분 주식 꽤 힘들어"
거품 논란에 향후 규제 칼날도…"초과성과 지속 가능성 회의적"
버핏, 日 종합상사에 투자…일각 '투자자들, 성과 나은 해외로?'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빅테크(IT 대기업)의 영향력이 없었다면 미국 주식시장은 지금처럼 안정돼 보이지 않았을 거다.”

미국 월가(街)의 대표적 시장 조사기관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가 최근 내놓은 언급이다. 이른바 ‘5대 기술주’를 제외할 경우 미 뉴욕증시 역시 ‘암울한 2020년’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로, 일종의 ‘빅테크발(發) 왜곡·착시’라는 게 잭스 인베스트먼트의 분석이다. 그간 ‘질주’를 거듭하면서 기술주가 ‘버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향후 규제강화 등 또다른 악재에 휩싸일 공산이 큰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국을 떠나 해외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P 파이브?…5大 빅테크 빼면 헛방

올해 들어 지금까지 S&P 500지수는 3%가량 상승했다. 올 3월 불거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변동성 장세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recession) 여파 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상승 폭이라는 게 월가의 판단이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이는 일종의 ‘왜곡·착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S&P 500지수 내 모든 주식에 동일한 가중치를 매기는 인베스코 S&P 500 비중중립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6%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 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60%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기업 알파벳, 페이스북 등 이른바 5대 빅테크의 질주가 S&P 500의 전반적인 수익률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우스갯소리로 S&P 500을 ‘S&P 5’로 부르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들 5개 빅테크의 시가총액 합은 나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약 40%,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등 파급력은 엄청나다.

CNN은 “ S&P 500과 나스닥의 사상 최고가 행진 등은 증시의 정확한 실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 주식은 여전히 꽤 힘든 2020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찰스슈왑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제프 클레인톱은 “기술주의 성과가 다른 주들의 실정을 숨기고 있다”고 했다.

사진=AFP
트럼프든, 바이든이든…규제 ‘칼날’?

문제는 기술주 거품 논란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들 빅테크 기업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향후 강력한 규제나 반(反) 독점법 등 당국의 칼날은 여전히 이들 빅테크 기업을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들고 나오며 인터넷 유통물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실리콘밸리와 관계가 돈독한 카멀러 해리스 부통령 후보 지명 이후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당내 반독점법 등 빅테크에 대한 강한 규제론자 중 한 명이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대선이 있는) 올해 미 의회가 어떤 의미 있는 (빅테크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힘들겠지만, 현재 빅테크의 진로는 (지금과 같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 측면에서도 장기적 초과성과는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썼다.

버핏처럼…투자자들, 해외로 눈 돌리나

찰스 슈왑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3개월간 5대 빅테크를 제외한 S&P500 기업들을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 보니, 되레 외국 기업들이 약간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6월 중순 이후 알리바바, 텐센트, 네슬레, 대만반도체(TSM) 등 정상급 국제기업을 보유한 ‘SPDR MSCI ACWI ex-US ETF(CWI)’가 거의 5% 상승하는 동안, S&P 500 비중중립 ETF는 채 1%도 오르지 못했다.

클레인톱은 “해외 주식의 상승률 평균이 미국 주식 평균을 앞질렀다”며 “최근 주식시장의 불균형이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투자의 귀재’ 또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사진 아래)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지난달 말 지난 1년간 정기 매입을 통해 일본 종합상사 5곳의 지분을 각각 5% 이상씩 취득한 바 있다. 닛코자산운용의 존 베일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가 일본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사실은 일본 주식에 대한 국내외 인식에 모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해외 주식에 대한 진정한 전환점을 보여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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